[김대윤칼럼] 교민사회를 좀먹는 프로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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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6-01-12 09:51본문
프놈펜지방법원캄보디아 교민사회는 크지 않다. 그러나 정보는 넘친다. 문제는 그 정보의 상당수가 사실이 아니라 의도된 소문, 즉 프로파간다라는 점이다. 카카오톡·텔레그램·페이스북 단체방을 타고 확산되는 이 소문들은 빠르고 자극적이며, 무엇보다 반박하기 어렵다. 출처는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프로파간다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교민사회에 퍼지는 소문의 상당수는 애초에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주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저 사람 마약 한다더라.” “여자 관계가 복잡하다더라.” “돈을 떼먹고 안 갚았다더라.” 이런 말은 단 한 줄이면 충분하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주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마약, 범죄, 성 문제처럼 입에 올리는 순간 관계와 명예가 훼손되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소문은 바로 이 취약점을 정확히 노린다.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다. 의심이 한 번 퍼지는 순간, 해명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문은 대개 선거 전이나 단속 이슈가 불거질 때 반복된다. 날짜도, 문서도, 기관 이름도 없다. 대신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라는 말이 덧붙는다. 공포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교민들은 점점 특정 정보원과 비공식 루트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유언비어가 아니다. 공포를 자산으로 삼는 노란 신문식 선동이다.
누가 소문을 만드는가? 첫째, 이해관계가 얽힌 브로커와 중개업자들이다. 비자, 노동, 사업, 분쟁 해결을 ‘비공식 루트’로 처리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포는 곧 수익이다. “나만 아는 정보”라는 말은 이들의 생존 전략이자 권력이다.
둘째, 법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다. 사기, 불법 취업, 온라인 범죄에 연루된 이들은 수사와 단속을 “부당한 탄압”으로 포장한다. 자신을 피해자나 내부고발자로 연출하고, 책임은 정치와 권력 탓으로 돌린다.
셋째, 조직폭력배와 그 주변부다. 이들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소문을 증폭시키며, 교민사회 내부를 분열시킨다. 교민 단체장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향해 “마약·여자·돈 중 하나쯤은 다 약점이 있다”는 식의 말을 흘린다. 사실 확인은 어렵고, 반박은 부담스럽다.
결국 많은 단체장들이 싸우기를 포기하고 물러난다. 싸워도 끝없는 소문에 시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교민사회 전체가 떠안는다.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포기하지도 않는다. 혼란 자체가 그들의 생존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존재는 따로 있다. 소문을 퍼뜨리는 자보다 소문을 말리면서 동시에 키우는 사람들, 이른바 ‘말리는 시누이’들이다. “괜히 나섰다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적당히 타협하고 조용히 가자.”
겉으로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보이지만, 이 말들은 소문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시킨다. 이들은 교민의 이익을 말하지만, 실제 관심사는 자신의 현금 수입과 기존 관계망이다.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을 지는 일은 없다. 침묵과 타협을 미덕으로 포장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태도는 프로파간다를 지속시키는 윤활유가 된다.
교민사회는 이에 특히 취약하다. 언어 장벽, 현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불법·회색지대 체류자의 정보 취약성, 그리고 “괜히 튀면 손해 본다”는 침묵 문화. 여기에 한국식 소문 문화가 결합되면, 프로파간다는 가장 효율적인 권력이 된다. 문제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다.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다.
이를 이기기 위한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공식 정보를 직접 확인할 것. 크메르어 원문 자료에 접근할 것. “카더라”에 침묵하지 말고 질문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소문에 놀아나지 않는 집단적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어쩌면 진짜 적은 불법 집단 그 자체보다 우리 안에 있는 그들에 대한 두려움인지 모른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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