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⑫ 동포사회 분열 ‘중재’ 자임한 ‘세한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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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4-09-23 09:40본문
[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⑫ 동포사회 분열 ‘중재’ 자임한 ‘세한총연’
10월4일 취임 앞둔, 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 차기 회장
동포청 예산 1천억으론 역부족...동포사업 포기나 다름없어
재외동포 스스로 건강한 동포사회 만들기 나서야
730만 재외동포사회의 단합과 위상강화 나설 것
글로벌 ‘한인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핵심사업으로 추진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4.09.21 16:13
- 수정 2024.09.21 20:42
- 댓글 0
베트남을 대표하는 한상(韓商)인 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은 현지에서 사업적으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가운데 국내외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가 폭넓기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치른 딸 결혼식에 각계 인사 1000명이 하객으로 참석해 대성황을 이룬 것만 봐도 그의 광폭 인맥을 짐작케 한다.
그런 고상구 회장이기에 동포사회 안팎에서 뭔가 책임을 지우면 결실을 이뤄낼만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태지역회의 부의장으로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최근 묵직한 ‘감투’ 하나가 새로 씌어졌다.
전세계 370여 한인회가 가입한 사단법인 세계한인회총연합회(이하 세한총연) 2대 회장에 선출되어 오는 10월4일 취임식을 갖는다. 당초 다른 후보와 경쟁구도 였으나, 상대가 중도 포기를 해 단독후보로 찬반투표를 치러 만장일치로 회장직에 올랐다. 이렇틋 선출과정에서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은데다, “고상구 회장 정도면 뭔가 해 낼 것”이라는 동포사회 안팎의 기대 또한 높다. 베트남한인회총연합회장,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지만, 한인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을 책임지기는 그로서도 처음이어서 어떤 포부와 그림을 갖고 출범을 준비하고 있을지 인터뷰를 요청했다.
워낙 바지런한 성품인데다 세한총연 회장에 선출되면서 스케줄이 더욱 빠듯해져, 지난달 하순 세한총연 강남 사무국과 추석연휴 첫날인 지난 9월14일 하노이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전화통화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우선 세한총연 회장직에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초대 심상만 회장이 원만한 성품을 바탕으로 조직을 만드는 쉽지않은 작업을 해놓았으니, 2대 회장으로서 ‘수성(守成)’을 해야하는 막중한 입장이다. 어쩌면 창업 보다 더 어려운 게 수성인데, 그래서 2기가 중요하다. 민주평통 부의장 임기가 1년 남은 상태에서 세한총연 회장을 맡는 것이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상당히 부담스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조직을 맡아주는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용기가 필요하겠다’싶어 어렵게 마음을 먹었다. 초대 회장이 만든 조직을 다음 사람이 잘 다져놓지 않으면 조직의 존망이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드시 있어야될 조직이고 또 필요한 조직이니, 내가 한번 반듯하게 세워봐야겠다는 결심에서 결단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사업도 안정권에 들어와 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봉사를 하는게 더 가치있지 않나라는 판단을 했다. 처음에는 사양을 많이 했었다.
▲회장 취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우선적으로 어떤 일들을 할 구상인가.
- 출마 후 선거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을 시작으로 미주, 대양주 지역을 돌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다녀보니 동포사회가 원하는게 무언지, 그에 따라 내가 해야할 일이 무언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그동안 동포재단이나 동포청에서 한인회장대회와 한상대회 같은 행사를 주최해 왔으나, 매번 단일 행사로 거쳤다. 730만 재외동포 사회를 꾸준히 관리하고 보호해주면서,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하는 그런 대표성을 띤 단체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심상만 회장이 아주 잘 만들었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조직이다.
우선적으로 전세계 한인 차세대들을 연결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에서 차세대 고국방문 초청행사를 하고는 있으나, 초청인원도 얼마 안되는데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들 제 나라로 돌아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1기, 2기, 3기, 계속해서 기수가 쌓여 지역별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이들 지역별 네트워크를 다시 하나로 묶는 글로벌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행사 끝나고 뿔뿔이 흩어질게 아니라, 이들 차세대들을 계속해서 사후 관리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꾸준히 정체성 교육도 시키고 한국어도 가르치고 해서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각 지역에서 성장해, 서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한다. 각 지역별로 자체적인 행사를 자꾸 만들어 서로 섞이면서 ‘한국사람’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새기도록 해줘야 한다.
한국으로 초청하는 인원도 획기적으로 늘려서 더 많은 차세대들에게 한국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의 발전상과 더불어 분단 현실, K팝 공연과 한류 등 한국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수적으로 우리 한인 과 비슷하나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바로 정체성에 있다. 언어가 사라지는 순간 정체성도 같이 사라진다. 일본 한인사회만 하더라도 단체장이 한국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2세대, 3세대들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이들 다음 세대는 100% 한국말을 못할게 자명하다. 각 한인회가 한글학교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이러한 사실과 중요성을 빨리 깨우쳐 한국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한다. 그 역할을 전세계에 있는 우리 한인회가 거점이 되어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에 하고싶은 얘기가 많아 보인다.
- 사실 우리 정치인들이나 역대 대통령들이 ‘재외동포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많이들 말은 하지만, 정말로 소중한 가치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 가치를 잘 활용하려면 정부 정책에 반영이 돼야 하는 거고, 그러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동포청을 만든거 아닌가. 동포청 설립은 재외동포 사회의 숙원이었다. 만들어지면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동포들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치 못하니 실망감이 있는거다. 당장에 각 동포 단체나 한인회에 주던 예산이 동포청이 생기면서 오히려 깍였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좋은 평가가 나올리 있나. 730만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현 동포청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이제 동포청이 만들어졌으니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730만 동포사회가 단합이 되어 제 역할을 함으로써 스스로 위상을 높여갈 때 정부에도 당당히 요구를 할 수 있는거다. 동포사회가 단단하게 뭉쳐서, 정부가 보기에 국가적 자산으로 크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대목에서, 동포사회의 분열상(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세한총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하얀 옷감에 국물 한방울 튀면 금방 표가 나듯이, 일부 한인회의 분열이 전체 동포사회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심지어 우리 동포사회의 문제를 그 나라 법정에서 판결을 받는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미국 등지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 정부 입장에서 어느 한 쪽만 인정을 해줄 수도 없고, 개입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보니 아예 외면을 해버린다. 이런 것들이 우리 동포사회 스스로 위상을 낮추고 밸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누군가는 중재역할을 해줘야하는데 다들 손을 놓고 있다. 곤란한 역할이긴 해도, 앞으로 세한총연이 중재자 그리고 필터 역할을 할 생각이다. 우리 조직에 속하니까 사실상 우리가 해야되는게 맞다.
취임하고 나면 문제 지역을 비롯해 부지런히 다닐 계획이다. 자꾸 방문해서 이야기 하고 호소 하고, 한인회장들도 한데 모아 세한총연 차원에서 제대로 된 방향성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함께 중재역할을 해줄 수 있는 원로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인사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면, 한인회장들이 바로 서야 하는데.
- 그렇다. 한인회가 어떤 분위기인가에 따라 그 지역 한인사회가 달라진다. 한인회장은 해당 지역의 동포사회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명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명예와 위상에만 눈이 어두워 욕심을 내다보면 불미스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인회장은 공명심 보다는 봉사정신이 앞서야된다. 또 원만하게 자기 사업을 잘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돈 써가며 봉사를 해야하는데, 본인 사업에 허덕이면 질좋은 봉사가 나올 수 없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인품과 덕망도 있어야 한다. 상당히 다양한 조건이 요구되는 것이 한인회장 자리다. 그같은 자질을 고루 갖춘 인력풀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그 외에도 어떤 구상들을 갖고 있나.
- 동포사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투표율을 높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현행 투표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재외동포들이 총선, 대선 때 투표에 참여하려면 미국이나 호주 등지는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 그렇치않으면 자동차로 몇시간을 이동해야한다. 이같은 현실에선 투표율이 높게 나올 수가 없다.
우편투표 제도를 도입하든지, IT강국인데 왜 온라인투표를 못하나. 재외동포의 실질적 참정권 보장을 위해 우편 및 전자투표 도입을 적극 요구할 생각이다.
▲재외동포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한다고 말씀했는데.
- 경상북도 인구가 255만명인데 연간 예산은 34조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우리 730만 재외동포 주무부처인 재외동포청의 연간 예산은 1000억원 수준이다. 복지만 하더라도 우리 재외동포들은 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해외동포들이 백신이 없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는가. 후진국 같은데는 자국민에게 돌아갈 백신도 없는데 외국인을 맞춰주겠나. 당시 재외동포들이 느낀 불안감은 말로 다 못 전한다. 유럽국가들 같은 경우 재외국민을 위해 비행기로 백신을 공수했다. 우리는 그 나라들 보다 경제적으로 더 부강한데도 동포들이 백신을 못 맞았다. 그러다보니 한인회가 현지 정부와 교섭을 하고, 뒷돈을 주기도 하면서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방도를 찾았다. 당시 각 지역의 한인회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는데, 정부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해외에서 여행객 등 한인들이 재난이나 위기 상황을 당하면 행정적인 업무는 대사관이 하지만 그외 항공료가 없어 한국으로 못돌아가거나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못하는 등의 뒤처리를 한인회나 지역 한인단체 등이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가 730만 재외동포에 대한 관리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세한총연의 외연을 확장해야할 과제도 있지 않나.
- 전세계 500여 한인회 가운데 370여 한인회가 세한총연에 가입을 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 미국, 유럽 등지서 많이 참여를 하고, 중남미, 캐나다, 대양주, 일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참여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 현지 총연합회가 북경, 상해 지역이 배제되는 등 대표성에 문제가 있어 가입을 못하고 있는데, 정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 취임하면 중국에 갈 계획이다.
그 외 아프리카 지역도 교민사회 자체가 열악하다보니 가입이 미진한데, 정부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려면 참여를 해야 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를 시킬 생각이다.
▲회원들이 결집하려면, 마주보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場)이 있어야 하는데.
- 우선 오는 10월4일 오후 잠실 올림픽파크텔에서 회장 이취임식을 겸한 워크숍이 열린다. 내년부터는 10월 한인회장대회 다음날 쯤 1박2일 정도 세한총연 자체 행사를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인회장대회도 세한총연이 한 파트를 맡는다든지 해서 동포청과 함께 이벤트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대륙별로 토의도 하고 행사가 많으나, 세한총연이 구심점이 되어 동포청에 건의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차세대 포럼도 열 계획이다. 그동안 한인회장들만 모였는데, 차세대들이 중요하다. 세계 각 지역을 돌면서 매년 열리는 차세대포럼을 하나씩 만들 구상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들의 정체성도 살려주고 다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그런데서 애국심이 나오는거 아닌가. 그러다보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차세대들이 꿈을 갖고 도전해 글로벌 리더가 되고.. 이같은 일을 세한총연이 하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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