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계엄령 없는 전시(戰時), 캄보디아식 비상통치 1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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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6-07-02 10:11본문
지난 1년 동안 캄보디아는 계엄령 없는 전시를 실제로 치렀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공식 담론에서 지워지고 ‘국경분쟁’ 또는 ‘국경사태’라는 표현으로 대체됐지만, 실제로는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한때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삶터를 떠난 실전이었다.
지금 평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점이던 지난해 12월 이후 피란민 수는 올해 2월 7만 9,000여 명에서 6월 말 기준 2만 1,425명(여성 10,993명, 어린이 6,143명 포함)까지 감소했지만, 여전히 2만 1,000여 명이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는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모순처럼 보인다. 군이 국경을 통제하고, 훈 마넷 총리가 군 통수권자로서 직접 지휘하며, 국경 지역에서 사실상 군사적 통제가 이루어졌는데도 왜 계엄령은 없었는가.
답은 국가가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시종일관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국경분쟁’, 이후에는 ‘국경사태’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만약 정부가 공식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면 국가 이미지는 즉각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관광산업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크게 의존하는 캄보디아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계엄령은 정부가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대신 정부가 활용한 것은 ‘국가비상사태 시 국가 통치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헌법에 근거해 새로 제정된 하위 법률로, 총 5장 12조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동의 자유 제한, 집회의 자유 제한, 직업 활동 제한, 거주지 이탈 제한, 공중보건 조치, 대피 명령, 자산·시설의 수용과 관리, 시설 폐쇄, 통신 감청, 그리고 공포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 유통 금지 등이 명문화되어 있다.
다만 법률 통과 자체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 법이 통과된 시점에 캄보디아는 감염병 확산이나 물가 불안, 여론 동요 같은 비상사태 선포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이 법은 유사시를 대비해 헌법적 공백을 메운 사전 정비의 성격이 강했다.
그럼에도 국경 지역의 실제 통치 양상은 법률적 의미의 계엄과는 달랐을지언정 실질적으로는 ‘반(半)계엄 상태’에 가까웠다. 이동 통제, 병력 증강 배치, 전략시설 보호, 통신 모니터링이 계엄령 없이도 시행됐고, 국가안보가 행정의 최우선 가치였다. 이는 전장이 실질적으로 열려 있었음에도 전면전으로의 확전이나 전장 확대만큼은 처음부터 피하고 싶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년의 국경사태는 훈 마넷 총리에게 군 통수권자로서의 리더십을 시험받는 정치적 무대이기도 했다. 실전에서의 군사적 열세 (캄보디아 공군에 실전 배치된 전술기가 단 한 대도 없었다는 사실)는 뼈아픈 안보 공백을 드러냈으며, 이는 향후 국방 예산과 조직 재편을 둘러싼 국내 정치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다.
국경의 물리적 장벽인 태국 측의 가시철망과 컨테이너 방벽, 그리고 정전 이후에도 계속되는 마을·가옥 점거(캄보디아 정부 지적 사항)는 이 대치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상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안보를 이유로 확대된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 그리고 기존 권력 구조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과제다. 한편,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계엄령이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캄보디아는 분명 전시를 겪었다. 그리고 그 전시가 남긴 정치적 흔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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