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루손 한인회·교민들 2달간 피 말리는 구호 작전
- 치매 증상 호전부터 행정 절차, 공항 배웅까지 전방위 지원
- 조상우 부회장 “어려울 때 가장 잘 단합하는 교민 공동체 덕분” 감사의 뜻 전해
26년동안 필리핀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신 동포 어머님이 기적 같은 귀국을했다. (사진 좌측 중부루손한인회 조상우 부회장, 중앙 : 귀국 어머님, 우측 : 중부루손한인회 이희진 사무차장) @필리핀중부루손한인회 제공
(뉴스코리아=앙헬레스) 이호영 특파원 = 필리핀 앙헬레스 프렌드쉽 거리에서 무려 26년 동안 노숙 생활을 이어오던 한인 동포 어머니가 필리핀 교민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헌신 덕분에 마침내 고국 땅을 밟았다.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회장 최종필)는 19일, 노숙 동포 어머니 A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무사히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번 귀국은 단 한 사람의 소외된 동포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동포들과 한인회 관계자들의 ‘2달간의 쉼없는 여정’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외면당한 사연, 온정으로 품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해 함께 노숙을 하던 할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열악한 길거리 생활을 이어가던 A씨의 사연을 접한 ‘더 코아’ 이정재 대표가 한국행 비용을 선뜻 대주겠다고 나서면서 ‘노숙 어머니 고국 보내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발견 당시 A씨는 심한 치매 증상으로 소통이 불가능해 초기 행정 절차조차 밟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대사관을 통해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으나 연락이 원활하지 않는 등 야속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한인회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은 것은 중부루손 한인회 조상우 부회장과 현지 동포들이었다. 조 부회장은 “우리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남은 여생은 고국에서 편안히 보내시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필리핀 중부루손한인회 전경 @뉴스코리아 DB
치유와 행정, 공항 수속까지… 교민사회 전방위 ‘원팀’ 가동
어머니를 고국으로 보내 드리기 위해 지역 교민사회의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권오정 상임 수석부회장은 50일 동안 A씨에게 따뜻한 숙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안전한 환경에서 정성 어린 식사를 대접받자 A씨의 치매 증상은 기적처럼 호전되어 귀국 시점에는 거의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베데스다 병원 최철호 원장은 의사소견서 발급과 진찰을 맡았고, 기원분식(김기원 요식업협회장)과 민이네, 힐링콘도 등 현지 업체들도 따뜻한 밥 한 끼와 잠자리를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가장 난관이었던 행정 절차는 중부루손 한인회 실무진과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한인구조단의 긴밀한 공조로 돌파구를 찾았다. 한인회 이규영 사무국장, 이희진 사무차장, 정선희 교민센터 실장 등 3인방은 임시여권 발급, NBI(필리핀 연방수사국) 서류 처리, 이민국 추방 절차 등 복잡한 실무를 밤낮없이 해결했다.
특히 이희진 사무차장은 전날 밤늦은 시간까지 조상우 부회장과 함께 클락 공항에 동행해 A씨가 한국에서 입을 옷가지와 현금까지 챙기며 마지막 발걸음을 배웅했다. 주필리핀 대사관 김병학 영사와 관계자들, 진에어 클락 지점장 또한 공항 수속과 이동을 전폭적으로 조력했다.
“위기 앞에 단합하는 중부루손 교민들, 최고의 공동체”
한국 도착 소식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잠을 청할 수 있었다는 조상우 부회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모든 이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부회장은 “최종필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필두로, 성함을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뒤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신 많은 동포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앙헬레스에 살면서 매번 느끼지만 우리 중부루손 동포들은 한국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뜨겁게 단합하고 행동하는 최고의 공동체다”라며 가슴 벅찬 소회를 밝혔다.
한편, 무사히 입국한 동포 어머니는 향후 한인구조단의 도움과 한인회 유성훈 감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국 내 관련 기관 및 요양원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보호를 받으며 남은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
타국에서 지워질 뻔했던 한 동포의 삶이 필리핀 중부루손 교민사회가 보여준 진정한 동포애 덕분에 따뜻한 고국의 품에서 새 출발을 맞이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