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시아눅빌에서 온라인 사기단 50명 일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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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6-01-14 10:13본문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
1월 11일 시하눅빌에서 온라인 사기 혐의자 50명이 한꺼번에 검거됐다. 캄보디아·한국 합동수사로 한 건물을 급습한 결과다. 현장에서는 한국인 피해자 2명이 구조됐고, 다량의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이번 검거가 의미 있는 이유는 이들이 체포된 장소가 싱두하이(XIN DU HAI) 빌딩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지던 곳이었다. 이미 온라인 사기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소문은 나 있었지만, 이곳만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장소다.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검거 사례 중 하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검거 규모’가 아니라 왜 이 시점에, 왜 이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느냐에 있다.
이번 수사의 출발점은 단순한 범죄 첩보가 아니었다. 납치·감금 신고였다. 한국에서 자식의 귀환을 기다리던 부모들이 먼저 움직였다. 조직 내부에서 입이 열리기 전에, 가족이 바깥에서 판을 흔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 사건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로 접어든다.
범죄조직은 겉으로는 결속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 침묵이라는 불안정한 합의 위에 서 있다. 모두가 입을 닫으면 조직은 유지된다. 그러나 “어차피 다 잡힌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문제는 범죄의 성격이 아니라 누가 먼저 말하느냐로 바뀐다. 이때부터 조직은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들의 계산판이 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다만 그 합리성의 기준은 조직의 생존이 아니라 자기 형량, 자기 가족, 자기 미래다. 캄보디아에 있는 아들의 행방을 찾던 부모들 역시 같은 계산을 한다.
지금 신고하면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남들이 먼저 신고하면 우리 아이는 끝일 수 있다. 이 판단이 공유되는 순간, 조직의 결속은 급격히 붕괴한다.
온라인 사기조직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특징은 신고의 주체가 조직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이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이 순간 조직은 내부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 비대칭과 시간 차이가 만들어내는 생존 전략이다.
신고가 전략이 되면 수사 구조도 달라진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내부자의 진술은 결정적 자산이다. 선제 신고자에게 형량 감경, 보호 조치, 신원 비공개와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이 가능성이 알려지는 순간, 조직 내부에는 하나의 문장이 퍼진다.
“저 사람은 이미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 의심 하나만으로도 조직은 기능을 잃는다. 모두가 침묵하면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도 그 상황을 믿지 못한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먼저 배신하는 것’이 된다. 침묵은 협력이 아니라 도박이 되고, 신고는 배신이 아니라 보험이 된다.
시하눅빌에서 50명이 한꺼번에 잡힌 사건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조직은 내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균열이 한 번에 표면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폭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부모들이었다.
이 흐름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계산이 시작되면 죄수의 딜레마는 가속된다. 누군가는 이미 말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내가 아니라 남일 것이라는 공포가 조직을 잠식한다. 범죄조직의 붕괴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총책이 잡히기 전, 조직은 먼저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결국 부모들이 나섰고, 칼자루는 이미 그들의 손에 들려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말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부모가 먼저 나섰느냐가 딜레마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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