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캄보디아 범죄단지 끌려가던 韓人 2명 고속도로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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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10-13 15:42본문
오창수 시하누크빌 한인회장 "3년간 200명 넘게 구조…고수익 유혹은 허상"

[오창수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달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온 젊은 한국인 2명이 시하누크빌에 있는 중국인 범죄 단지로 팔려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지난 8월에 숨진 한국인 대학생의 구조 요청도 제가 받았다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요"
캄보디아에서 20년째 사는 오창수(58) 시하누크빌 한인회장은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안타까움부터 토로했다.
선교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20대 한국인 대학생 A씨가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접하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오 회장이 사는 시하누크빌은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깜폿주 보꼬산과 차량으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는 "대사관에서 구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 휴대전화로 감금된 한국인이나 가족이 직접 연락하는 일도 많다"며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서 구조한 한국인이 2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프놈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마침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경찰 영사가 새로 부임해 인사를 나눈 뒤 저녁 무렵 차량을 몰고 집에 가기 위해 막 고속도로에 올라탄 직후였다.
"닷새 전에 캄보디아에 들어온 젊은 한국인 2명이 범죄 단지에 끌려가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탈출했다고 합니다.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 동안 한국대사관에서 영사협력원으로 일한 오 회장은 다급한 마음에 차량을 시속 150∼160㎞로 몰았다.
그가 가속페달을 밟아 1시간 뒤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한국인 2명은 이미 현지 경찰에 붙잡혀 연행된 상태였다.
건장한 중국 남성들이 뒤쫓고 한국인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한 휴게소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오창수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서를 직접 찾아온 오 회장을 본 한국인들은 "한 달에 1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 말에 속아서 캄보디아에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에 끌려가던 중 휴게소에 멈춘 승합차에서 탈출한 뒤 대사관에 신고했다"고 울먹였다.
오 회장은 현지 경찰관에게 "이 한국인들은 취업 사기를 당해서 여기에 왔다"며 "범죄 단지에 넘어가기 전이어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으니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한국인 2명은 닷새가량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가 석방됐고, 오 회장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지난달 중순에도 한국인 2명이 범죄 단지 합숙시설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했으나 이들 중 한명은 중국인들에게 잡혀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오 회장은 전했다.
오 회장은 "현지인 범죄 단지에는 직접 들어가 한국인을 데려오기도 하지만 중국인들 범죄 단지에는 쉽게 못 들어간다"며 "저도 신원이 많이 노출돼 중국 범죄단체의 협박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있는 사기 작업장은 최소 53곳이며 의심 시설도 4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작업장은 철조망을 두르거나 무장 경비원과 카메라로 감시하는 감옥형 구조로 알려졌다. 고수익 취업이라는 유혹에 넘어간 이들이 구타와 고문을 당하며 이곳에서 노예처럼 범죄에 동원된다.
오 회장은 "동남아시아인들에 비해 몸값이 비싼 한국인들을 캄보디아로 데려와 중국인 범죄 단지에 넘기면 많은 돈을 받는다"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사기 범행도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보다 한국을 상대로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어 한국인들이 범행에 많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수익 유혹에서 빠져 캄보디아에 오는 20∼30대 한국인이 많다"면서 "캄보디아에서 월급으로 1천만원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윤 재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도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직접 범죄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책 역할을 많이 한다"며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많이 운영했지만, 지금은 중국인들이 한국인 조직을 흡수해 캄보디아로 대거 넘어왔다"며 고 말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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