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태국-캄보디아의 여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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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8-07 11:34본문
캄보디아 언론에서 ‘일본의 전쟁 드론 지원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국경 분쟁이 발발하기 전인 7월 3일의 일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그런데 8월 6일, 일본 드론을 이용한 훈 부자 암살 시도설이 또다시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대해 태국과 일본은 강하게 반발하며 ‘국제법 위반’, ‘심리전’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일본 대사관은 태국에 전투 드론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고, 캄보디아–태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조속한 대화 해결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외교적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해당 보도들은 실제 전장을 넘어 디지털 공간을 새로운 전선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일본에 이어 한국도 이 거대한 여론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언론과 SNS에는 한국이 태국에 GPS 유도 폭탄과 AT-6TH 경공격기를 판매해 훈 센 및 훈 마넷 총리 암살을 지원했다는 허위 정보가 확산됐다. 이에 대해 한국 대사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국 내부의 뼈아픈 책임도 존재한다. 여론전이 벌어지기 전, 국내에서 무책임하게 확산된 ‘무기 자랑’이 그 단초였다. 일부 유튜버들과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상황의 심각성과 무관하게 “우리 무기 성능이 이렇다”, “전 세계가 한국산 무기를 원한다”, “단 두 발이면 초토화”와 같은 표현으로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소비했다. 누군가의 생존이 걸린 현실을 자기 과시의 도구로 전락시킨 셈이다.
“몇 명 죽은 걸로 호들갑 떤다”는 식의 냉소나 “드디어 한국 무기가 실전에 투입되나?” 같은 맥락 없는 반응은 현지인의 분노와 슬픔을 조롱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천박하고 무감각한 태도는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뿐 아니라, 한국인의 신뢰와 위신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의 본질과 위험성을 한국 사회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캄보디아 장관들과 함께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적극 해명해야 할 상황임에도, 대사직은 공석이다. 대응이 조금만 늦어도 일본과는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피해는 결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무책임한 ‘자랑질’이 교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공감’이다. 국경 너머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도, 그 안에는 목숨을 잃은 이들, 가족을 잃은 이들,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그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태도는 결국 우리 자신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정보 하나, 댓글 하나, 영상 하나가 실제 생명과 감정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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