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프놈펜 경북학당 개설,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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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8-06 10:05본문
10여 년 전, 나는 프놈펜의 한 대학원 강의실에서 모두가 웃는 순간에도 혼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교수님의 농담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나에게는 그 웃음의 코드가 낯설기만 했다. 언어는 어찌어찌 따라갈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서, 사고방식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웃음이란 결국 ‘공유된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산 지도 20년이 넘었건만, 지금까지도 나는 현지 대학생 수준의 언어 실력과 문화 이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관점에서 백승우 교수의 책 『My Seoul: Hidden Gems』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인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는 문화의 지도처럼 펼쳐 보인다. 술을 따를 때 왜 두 손을 사용하는지, 식당에서 가위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하철에서 왜 모두가 그렇게 서두르는지까지? 작지만 중요한 문화적 맥락을 짚어내며 서울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도구’를 제공하는 책이다.

지난 7월 29일 프놈펜에 개설된 ‘K-문화·예술 경북학당’은 이러한 감각 기반의 문화 이해를 실천에 옮긴 인상적인 사례였다. 단순한 한국문화 홍보를 넘어, 전통 무용과 음악을 중심으로 한 예술 교육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문법 중심의 교실 수업에서 벗어나, 무용과 음악이라는 예술적 매개를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 몰입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다.
이날 경북문화통상교류센터에서는 현지 한국어 교수와 학생 20여 명이 한국에서 온 강사들과 함께 강강술래를 배우며 웃음 가득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통역 자원봉사자와 예술 강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단순히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정서적 교감까지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이자 계명대학교에서 무용을 강의하는 이종희 교수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며 “캄보디아 학생들이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어 전공자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현지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문화적 소통과 예술적 체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문화·예술 경북학당’은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해가는 실험장이자 현장이다. 단기적인 문화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인 교육 네트워크와 현지 대학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해 나간다면, 이 학당은 아세안 지역 내 한국어 확산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말하는 한국어’가 아니라, 공감하고 경험하며 ‘느끼는 한국어’가 필요한 시대다. 한국어는 더 이상 시험지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감각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한국어 교육은 이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재미가 어우러지는 통합 콘텐츠로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도는 이미 이곳 프놈펜에서 시작되었다.
경북문화재단은 경북학당이 단발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도록, 프놈펜 경북문화통상교류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올해 말까지 매주 주말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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