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캄보디아-태국 분쟁의 숨겨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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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8-06 10:03본문
2025년 8월 3일 밤,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 지대에서 또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캄보디아 국방부가 태국군의 공격 징후에 대해 경고하고 태국군이 이를 부인하는 진흙탕 공방이 이어졌다. 다행히 8월 4일부터 7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군사 실무 회담도 진행 중이지만 훈 센 상원의장은 “태국군이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는 국경은 조용하지만 군은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 중이다.
이번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는 이유가 양국의 자제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 가능성이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총성 없는 지금, 또 하나의 전쟁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여론전’이다. 이번 분쟁에서 캄보디아는 군사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SNS와 국제 언론, 외교 채널에서는 태국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제 여론은 중립적이거나 태국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기울었고, 이는 캄보디아 외교와 정보전의 뼈아픈 실패로 남았다.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 분쟁은 단순한 국가 간 충돌이 아닌,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 고통으로 다가왔다. 칼럼의 제목처럼 ‘그들이 울고 있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청년층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는 정보를 접하며 더 큰 충격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며칠 전, 캄보디아인 친구가 한국 여론이 태국 편을 드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나는 그에게 “전투는 멈췄지만 여론전과 경제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전도 전쟁의 일부라는 말과 함께 그들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한국어를 아는 캄보디아인이 많아 한국 언론 보도가 빠르게 번역되어 퍼지면서, 한국을 ‘사돈국’처럼 여겼던 일부 캄보디아인들 사이에서는 배신감마저 감돌았다. 한국의 언론과 문화가 얼마나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행히도 한국계 기업들은 현지에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KB 프라삭은행은 전사자 자녀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국경 지역 주민에게 수 톤의 쌀을 기부했다. PPCBank는 전몰 군인의 채무를 전액 탕감했으며, 신한은행 캄보디아는 거액을 기부하고 피난민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했다. 케이브엔트테이먼트와 민주평통 캄보디아지회도 기부에 동참하며 연대의 손길을 보탰다. 이들의 활동은 캄보디아 사회에 큰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르는 포탄의 공포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하고 해외 여론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가 그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는지에 따라 상처의 깊이도 달라질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총구가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캄보디아의 입장을 100% 이해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캄보디아 땅에 떨어진 무기 자랑이나, 특정 국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언행을 지양하여서, 오랜 시간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캄보디아에서 쌓아온 신뢰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관심과 연대가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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