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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왕국 견문록 2.0 ➁...캄보디아-태국, 끝나지 않는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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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7-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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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왕국 견문록 2.0 ➁...캄보디아-태국, 끝나지 않는 분쟁


1907년 프랑스 잘못으로 시작된 국경선 논란, 유네스코 사원 둘러싼 총성
봉쇄된 육로 국경과 고위층간 녹취록 유출...우정과 외교 관계 모두를 뒤흔들다
카지노 이권과 사이버 범죄 단속, 일상까지 파고든 갈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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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캄보디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태국 유명 여배우 수완안 콩잉(당시 24세)의 최근 모습. “앙코르와트는 원래 태국의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 시내에서 폭동까지 발생했다. [수완안 콩잉 인스타그램]당시 캄보디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태국 유명 여배우 수완안 콩잉(당시 24세)의 최근 모습. “앙코르와트는 원래 태국의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 시내에서 폭동까지 발생했다. [수완안 콩잉 인스타그램]

2003년 1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분노의 불길에 휩싸였다. 태국 여배우 수와나난 콩잉(일명 ‘넘’)의 “앙코르와트는 태국의 것이며, 캄보디아에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근거 없는 발언이 확산하며 시위대는 태국대사관은 물론, 태국계 호텔과 기업들을 향해 맹렬히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여배우 본인이 강력히 부인하고 태국 정부 역시 해명에 나섰지만, 캄보디아인의 민족적 자존심과 직결된 앙코르와트 문제에 불붙은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분노한 군중은 국기를 찢고 유리창을 부수며 대사관을 불태웠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캄보디아와 태국의 갈등은 단순한 소문을 넘어 총성, 외교전, 그리고 최고 권력 가문 간의 신뢰 붕괴로 격화하는 중이다.

다시 불붙은 총성, 유산의 저주가 되다

2025년 5월 28일, 에메랄드 삼각지로 불리는 태국 접경 북부 국경지대에서 양국 군이 10여 분간 교전하며 캄보디아 병사 한 명이 사망했다. 이 충돌 이후 양측은 즉각 병력을 증강해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양국의 국경 분쟁은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진다. 당시 캄보디아를 식민 통치하던 프랑스가 태국과 국경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지형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모호하게 경계를 설정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영토 갈등의 '역사적 불씨'를 남겼다.

특히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캄보디아 영토로 명확히 판결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프레아 비히어 사원을 둘러싼 부지 귀속 문제는 여전히 해묵은 갈등의 중심이다. 사원 자체는 캄보디아에 속하지만, 사원 주변의 고지대와 주요 접근 경로에 대한 태국의 지속적인 영유권 주장이 끊이지 않으며 분쟁의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2008년 유네스코 등재 이후 2011년까지 수차례 충돌이 반복되어 수십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제 캄보디아는 단순한 문화유산 보호를 넘어 영토 분쟁의 근본적 해결을 목표로 지난 6월 15일, 프레아 비히어 사원 외 4곳(따 모안 톰 사원, 따 모안 또잇 사원, 따 크라베이 사원, 그리고 몸베이  지역)의 분쟁 지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며 문화유산 분쟁을 법적 싸움으로 끌고 가는 강경한 모습이다. 이는 군사적 대치에서 국제법적 공방으로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봉쇄된 국경, 멈춰버린 경제와 사라진 태국산 제품

양국의 군사 충돌은 곧바로 경제로 확산했다. 태국이 6월 7일 캄보디아와 접한 일부 국경을 사전 통보 없이 폐쇄하고 운영시간마저 일방 단축하고, 심지어 전기와 석유 연료, 인터넷 공급 차단까지 언급하자,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선제적으로 즉각 태국으로부터의 모든 공급을 전면 차단하며 자립 의지를 천명했다. 이와 동시에 캄보디아 방송국들은 태국 드라마 송출을 중단하는 등 문화적 단절 움직임도 보였다.

6월 24일, 결국 태국이 국경을 전면 폐쇄하자 캄보디아도 맞대응하며 전방위적인 국경 차단이 이루어졌다. 포이펫을 비롯한 접경지의 카지노, 운송업, 물류 창고는 멈춰 섰고, 수백 명의 주민이 대피해야 했다.

태국산 농산물 수출도 중단되어 양국 모두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대형 마트 매대에서는 태국산 라면과 유제품 등이 자취를 감추는 등, 국경 갈등이 일상적인 소비 생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태국 내 120만 명에 달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생계 기반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군사충돌 후 폐쇄된 포이펫 국경 검문소의 모습 [방콕포스트]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군사충돌 후 폐쇄된 포이펫 국경 검문소의 모습 [방콕포스트]

'삼촌과 조카'의 파국, 전략적 폭로의 나비효과

국경 폐쇄 조치 다음 날인 6월 25일, 양국 외교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대형 사건이 터졌다. 훈센 상원의장이 파에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와의 사적 통화 녹취를 전격 공개한 것이다. 통화 녹취는 삽시간에 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파에통탄이 훈센을 '삼촌'이라 부르고 자국 군사령관을 '반대편'이라 표현했다는 사실은 태국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샀다.

이는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익을 훼손한 행위로 비추어져, 곧바로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졌다. 태국 국민들은 총리의 무능과 캄보디아에 대한 굴욕적인 태도에 격분하며 파에통탄 총리의 사퇴와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 폭로로 파에통탄은 지난 7월 1일 직무정지 처분을 받고 탄핵 심사에 들어가는 등 정치적 치명타를 입었다.

무려 38년을 장기 집권한 훈센은 내전과 쿠데타를 겪어낸 노련한 권력 기술자이다. 일각에선 그를 '정치 9단'으로 부른다. 이번 통화 녹취 공개는 국경 갈등 상황에서 '형제'라 불리던 탁신 가문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낸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태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유도하고, 자신이 여전히 동남아 권력 구조의 중심임을 과시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2023년 큰아들인 훈 마넷이 총리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대외정책의 실권은 여전히 훈센의 손에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훈센 상원의장(좌측)이 아들인 훈 마넷 현 총리와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훈센 상원의장(좌측)이 아들인 훈 마넷 현 총리와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카지노와 사이버 범죄, 보이지 않는 이권의 충돌

이 갈등의 뿌리에는 카지노 산업과 사이버 범죄라는 이권 문제도 얽혀 있다. 캄보디아 포이펫의 국경 카지노는 훈센 체제의 주요 수익원이었으나, 태국이 자국 카지노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캄보디아의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었다.

또한 태국은 자국 내 급증한 사이버 사기 및 온라인 도박 범죄의 근원지를 캄보디아로 지목하며 강경 단속을 예고했다. 캄보디아가 이러한 범죄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는 판단에서이다. 심지어 태국은 사이버 범죄 유입을 막기 위해 양국 국경 사이에 55km 장벽을 세우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는 훈센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하다. 훈센이 이를 탁신 가문의 '정치적 배신'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7월 7일 태국 경찰은 느닷없이, 포이펫에서 대규모 카지노를 운영하는 재벌 꼭 안(Kok An)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태국인 대상 온라인 도박 사기, 인신매매, 강제노동 운영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미 미국 재무부로부터도 인권 침해로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캄보디아 상원의원 출신이며, 훈센과도 친하다. 태국 당국은 그가 캄보디아 고위 권력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번 체포영장 발부는 단순 수사를 넘어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를 압박하고 사이버 범죄 네트워크를 근절하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양국 간의 불편한 진실과 이권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채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교 단절의 현실, 장바구니까지 미치다

지난 주말 프놈펜의 한 대형 마트 매장을 다녀왔다. 매일 아침 장바구니에 담던 태국산 신선 우유가 매대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캄보디아산과 베트남산이 낯설게 메우고 있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쇼핑객들의 카트에는 어렵게 찾은 몇 남지 않은 신선 우유가 한가득 차 있었다. 

양국 국경 폐쇄조치로 최근 캄보디아 마트에서 태국산 우유와 라면 등 식료품이 모두 사라졌다. [박정연 재외기자]양국 국경 폐쇄조치로 최근 캄보디아 마트에서 태국산 우유와 라면 등 식료품이 모두 사라졌다. [박정연 재외기자]

30년간 '호형호제'하며, 대를 이어 '삼촌과 조카'로 불리던 양국 우호의 상징이었던 훈센과 탁신 가문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균열에 빠지고 말았다. 훈센은 파에통탄 총리가 물러난 뒤 새 정부가 들어서야 양국간 갈등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국경의 긴장도, 신선한 태국산 우유도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여배우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작은 파문이 국경의 총성으로 번지고, 이제는 일상 속 우유 한 팩까지 사라지게 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진 캄보디아-태국 분쟁. 이 해묵고 질긴 갈등은 과연 언제쯤 끝을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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