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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지킨 ‘선한 의사’ 서정호, 작별을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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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5-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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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지킨 ‘선한 의사’ 서정호, 작별을 고하다


씨엠립에서 프놈펜까지...9년 여정의 시작과 끝
그가 남긴 아름다운 약속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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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캄보디아한인회장으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서정호 의사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정연 재외기자]지난 5월 20일 캄보디아한인회장으로 부터 감사패를 받은 서정호 의사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정연 재외기자]

지난 5월 20일 오전(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한인회 사무실은 감동과 아쉬움이 뒤섞인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캄보디아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KOICA 파견 의사 서정호 종양내과 전문의의 송별식을 겸한 감사패 전달식이 열린 것이다.

한인회 임원진과 교민언론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감사패와 장미 꽃다발을 전달한 정명규 한인회장은 그의 노고에  전체 교민사회를 대표해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특히 이 날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서정호 의사의 부인도 함께 해 자리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우리 서정호 의사선생님은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도 환자와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헌신해왔습니다. 그의 봉사는 우리 한인사회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죠.”

정 회장의 감사패 전달 소감은 이 자리에 모인 모든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캄보디아와의 첫 만남, 마음에 새긴 풍경

2016년 무더운 어느 날, 서정호 의사는 한국을 떠나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의 주립병원 중환자실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숙소에서 눈을 뜨니 새들이 지저귀고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었죠. 그 순간 자연의 여유로움이 온몸을 감싸 안으며, 이곳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습니다.”

그는 이 땅에서 단순한 의료 봉사를 넘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늘 바쁘게 살았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이 남아 도는 게 처음엔 낯설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씨엠립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2018년 프놈펜 러시안 병원 종양내과, 2020년부터는 국립어린이병원 종양과로 이어졌다. 각 병원에서 마주한 환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이야기는 서정호 의사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의료 현장의 도전과 희망

캄보디아는 아직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 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서정호 의사는 “한국과 비교하면 의료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 중독’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자신이 캄보디아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런 시간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의료 현장에서 제 역할을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응급 상황과 중증 질환 치료 현장은 그의 의료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사관과 현지 의료진과 긴밀히 협력하며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은 늘 보람되고 소중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인들을 진료하고 있는 서정호 의사.[본인 제공]캄보디아 현지인들을 진료하고 있는 서정호 의사.[본인 제공]

헌신의 순간들: 새벽에도, 팬데믹 속에서도

서정호 의사는 응급환자가 발생해 도움 요청이 오면 새벽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 환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왔다. 그런 순간에도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현지어 소통이 어렵고 병원 접근마저 힘든 교민들을 위해 백신 접종을 돕는 등 더욱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의료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진심 어린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캄보디아 의료 환경과 소중한 인연

캄보디아는 아직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특히 중증 질환 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서정호 의사는 “한국과 비교하면 의료 자원이 매우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KOICA 파견 전 방글라데시에서 군 복무를 대체하며 의료 봉사를 경험했고, 캄보디아에 와서는 씨엠립 주립병원 중환자실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씨엠립에는 한인 의료진이 전무해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주치의 역할까지 맡았다.

한인 교민들은 지금도 “서정호 의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그의 진심 어린 진료와 기도를 기억하고 있다.

프놈펜 러시안 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는 동안에는 병원장부터 청소부까지 모두와 인사를 나누며 현장에 밀착했다.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서울대병원에 비견될 정도로 다양한 과가 갖춰진 병원으로, 의료진은 프랑스 유학을 마친 전문의들이 많아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정호 의사는 “러시안 병원은 캄보디아 의료의 중심지로, 신장 결석 수술 등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캄보디아 유일의 관상동맥성형술 병원인 깔멧 병원, 뇌 수술로 유명한 일본 선라이드 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상세히 안내하며 교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에 힘썼다.

국무총리 표창 수상,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영예

이처럼 캄보디아 의료 현장에서 헌신해 온 서정호 의사는 2024년 제19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외교부가 주최하고 KOICA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주관하는 이 상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정부 포상이다.

서정호 의사는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캄보디아 국립소아병원, 앙두엉국립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에서 저소득층 주민과 교민, 관광객 등을 진료하며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구강암 케이스 발표 및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캄보디아 의료기술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그의 헌신과 전문성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캄보디아를 선택한 이유와 교민사회에 대한 감사

서정호 의사는 방글라데시에서의 KOICA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를 선택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 와 보니 다양한 먹거리와 한국과의 친밀한 관계 덕분에 생활이 편안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 등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늘 소망이었다.

“이 곳에서 자리 잡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떠나게 돼 아쉽고 죄송합니다. 더 많은 분을 돕고 싶었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9년간 현지 환자들뿐만 아니라 교민 환자들을 위해서도 헌신해 온 그의 귀국 소식에 많은 교민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교민은 “의사로서 뛰어난 능력뿐 아니라 매사 성실하고 따뜻한 인성까지 겸비한 서정호 선생님이 떠나신다니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서정호 의사의 헌신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가족의 사랑이 있었다.

묵묵히 남편을 뒷바라지해온 부인도 남편이 감사패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회에 젖은 모습이었다.

“아내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이 길을 걸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아내의 사랑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고 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다음 달 한국에 돌아간 뒤에는 모교인 경희의료원에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더 깊은 수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더 전문성을 쌓아 언젠가 다시 캄보디아로 되돌아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캄보디아 교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의료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9년의 여정, 그리고 남긴 흔적

서정호 의사가 캄보디아에서 보낸 9년은 단순한 의료 봉사를 넘어 한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헌신의 기록이다. 캄보디아 환자들과 동료 의료진, 교민사회 모두 그를 ‘선한 의사’로 기억하며 깊은 신뢰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도 최선의 치료를”이라는 그의 신념은 캄보디아 의료 현장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이제 떠나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마음과 헌신의 발자취는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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