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스리랑카’ 두고 힘겨루기 경쟁 치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5-02-11 11:04본문
인도-중국, ‘스리랑카’ 두고 힘겨루기 경쟁 치열
김성진 킴스랭귀지 스쿨 대표 인터뷰
“한글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 구현”
일본, 스리랑카 경제에 막강 파워 자랑
한국, 스리랑카 진출의 기회 잡아야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5.02.09 19:15
- 수정 2025.02.11 09:16
- 댓글 0

그는 포항이주노동자센터 센터장으로 10년간 근무하면서 아시아 각국에서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들과 숱한 인연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뿌리와 문화적 배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몽골,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등지로 돌고 돌다가 스리랑카에 정착, 패러대니아대학교 대학원(사회학과)을 졸업했다. 스리랑카 지나라트냐 기술대학 겸임교수이자 스리랑카 킴스 랭기지스쿨 대표인 김성진씨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스리랑카에 정착한 배경은.
-몽골,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등지를 돌다가 스리랑카 패러대니아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스리랑카와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5만평 규모의 교정을 노선버스가 통과하고, 완행 기차역이 두 개가 있을 정도로 캠퍼스가 넓다. 웅장하고 멋진 대학교다. 점심시간이 되면 원숭이 떼가 여학생들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진다. 가방 안 도시락을 나누자는 속셈일지 모르겠다. 그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그들은 늘 웃고, 눈 맞추기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호감을 표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이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웃기만 한다. 수줍어 보이는 것도 같고 타인을 너그럽게 대하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배필이 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래서 특별한 곳이다.
▲스리랑카는 어떤 나라인가.
-스리랑카는 인도를 접경한 나라로 사방이 바다로 쌓인 섬나라다. 큰 바다 인도양을 지배하는 우두머리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근래에는 400년 이상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고 고대에는 인도로부터 끊임없이 침입을 받았다. 지금도 그렇다. 인도와 중국이 스리랑카를 두고 힘겨루기 경쟁을 한다. 스리랑카는 그들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로 국익을 챙기는 듯 보이고.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이 해상훈련을 한다고 나타나고, 미국이 섬의 서북쪽 해안에 해군기지를 만든다고 한다. 유럽 나라들은 수출관세를 깎아주는 선심을 쓰며 다리를 걸치고, 일본은 스리랑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승용차, 페인트, 시멘트 등을 수출하여 돈을 번 뒤, 남은 돈으로 도로 및 다리를 건설해주는 등 생색만 낸다. 요즘은 태국과 사이가 좋아져서 무비자 관광 정책을 준비한다고 한다. 베트남은 최근에 떠오르는 경제협력국으로 스리랑카 TV에 자주 등장한다. 이렇듯 스리랑카는 한국의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아직 양국 간 특별한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다.
▲스리랑카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스리랑카의 전통 우방국은 인도, 영국, 일본,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이다. 한국은 열 손가락 밖이다. 스리랑카인들은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에 대해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나 더러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라고 묻곤 한다. 국뽕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특히 스리랑카 지식인들은 한국은 미국에 빌붙어서 사는 줏대 없는 나라라고 인식한다. 고대에는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알고 있다. 다만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의 위상은 이렇다. 일부이지만 한국의 부족한 노동자를 외국인으로 대체하기 위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스리랑카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정도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한류에 대한 스리랑카인들의 반응도 없을 듯 하다.
-그렇다. 이 나라도 스타 연예인이 많고 듣기 좋아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이 있다. 유명한 톱가수, 연예인, 배우들은 꿈의 무대인 인도 BOLLYWOOD로 진출한다. 대부분의 영화나 음악은 인도 타밀나두에서 넘어온 것이 전부이다.
겨우, 나이어린 여자애들만 BTS를 알고, 블랙핑크를 안다. 아리랑은 알 턱이 없고 독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때 드라마 대장금이 스리랑카 TV에 방영되기도 했지만 일본드라마 방영횟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도로가 가판대 위에 한국 라면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은 물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스리랑카 현지라면 가격보다 10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수도인 콜롬보 지역에 한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이 서너 군데가 있다. 역시 비싸서 일부 현지 부자들만 가끔 찾아가고, 저녁때면 어김없이 시끌벅적한 한국인들만 나타난다.
▲케이컬쳐 영역에서 한글이 주는 의미는?
-세계의 언어‧문자 학자들은 “한글의 탄생은 문자의 기적”이라며 “소리가 문자로 변한 것이 바로 한글이며 이는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렇듯, 한글에는 삼라만상의 이치가 스며있고 인간들이 살아가는 만고의 진리인 더불어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의 홍익인간의 정신이 배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한글을 내가 스리랑카에서 가르치고 산다는 것은 보람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다. 이에 늘 고민한다. 배운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고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더불어 사는 세상, 평화로운 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한글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 알려진 어떤 한국 문화보다 한글이 주는 의미가 최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글은 철학이고 사는 방식이고 만고의 진리이다.
▲킴스 랭귀지스쿨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글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배우면서 그 수단으로 한글이 자연스럽게 익혀지길 바랄뿐이다. 이에 한글 문화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크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비싸지 않고, 주머니가 빈 사람은 그냥 와도 되는 곳. 와이파이는 언제나 공짜로 쓸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다. 아울러 이들에게 내가 만든 김치를 맛보여주고 싶다. 명절 때는 떡도 만들어 나누어주고. 돈이 없고 모양이 추레한 사람들을 위해 한 끼 정도는 그냥 나누어주는 그런 곳을 만들어 스리랑카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한국과 현재 협력 사업은?
-케이글(K-GEUL)이라는 멋진 콘텐츠를 만났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소식을 전하는 재외동포신문도 만났다.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같이 숨 쉬고 의논하며 다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한국에 살고 있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펴주는 역할도 해야겠고. 한국 정부, 한국 사업가들이 원하는 스리랑카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싶다.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혹은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모두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국인들이 스리랑카와 같은 후진국에 와서 거드름피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스리랑카의 유명 관광도시인 갈레에 다녀온 적이 있다.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휴양지에는 서양인들이 가득 찼다.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줄을 이어 서둘러 이곳저곳 들러 마구 사진을 찍어대는 동양인 관광객의 모습은 없었다. 좀 느긋하게 천천히 보고, 먹고 쉬다가 가는 한국인을 보고 싶다. 아름다운 해변과 고대 유적지가 많은 스리랑카는 관광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30%에 달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싱가포르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한국정부가 지금이라도 스리랑카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