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골학교에 핀 ‘스롱 피아비의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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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2-12 21:52본문
캄보디아 시골학교에 핀 ‘스롱 피아비의 환한 미소’
핸드폰도 먹통인 오지마을, 가난하지만 행복한 아이들, 피아비 보자 '환호'
프라이드치킨과 머리 감기 봉사로 전한 따뜻한 하루
세계적 당구 스타가 직접 전한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6.02.11 13:32
- 수정 2026.02.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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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현지시각) 캄보디아 깜퐁톰주 오지마을 초등학교를 찾아 현지 어린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 스롱 피아비 선수 [박정연 재외기자] 캄보디아 오지 마을, 당구 스타가 전한 희망의 하루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약 4시간 남짓 달리면, 캄퐁톰주 깊숙한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먼지 구름을 뚫고 들어가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작은 초등학교가 홀연히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사바와 캐슈넛 나무가 지평선을 메운 이곳은 핸드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다.
대부분 주민은 하루 벌이를 걱정하는 소작농과 가난한 농민들이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최소 20km가 넘는 마을 읍내로 나가야 하지만, 학비와 교통비 부담으로 아이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졸업장으로 배움의 길을 일찍 접는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다. 바로 캄보디아 출신 세계적 당구 스타, 스롱 피아비 선수다. 어린 시절 가난과 교육의 한계 속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이 그를 수년째 이 마을로 이끌고 있다.
50명의 아이들, 2명의 선생님… 그리고 ‘꿈의 우상’
지난 일요일인 8일, 정적만 흐르던 학교 교정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TV와 입소문으로만 보던 스타, 피아비가 1년 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전교생 50명, 선생님 두 명뿐인 작은 학교. 교실 벽면에는 캄보디아를 빛낸 유명 스타들의 사진과 함께 당구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피아비의 사진이 당당하게 걸려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언젠가 자신들도 닿을 수 있는 희망의 실체였다.
아이들은 피아비 선수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누더기에 때 묻은 교복을 입고 맨발로 뛰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반가움이 뒤섞여 있었다. 피아비는 그런 아이들을 자식처럼 품에 꼬옥 안았다. 교육 기회가 제한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은 호기심과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선물이 아닌, 가능성과 용기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스롱 피아비 선수가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박정연 재외기자]"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 속에 담긴 온기”
이날 피아비는 화려한 당구 큐 대신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보듬었다. 동행한 지인 기업인들은 하루 종일 미용 봉사를 진행했고, 피아비는 대야에 물을 받아 현지 지인의 회사에서 후원 선물한 샴푸로 아이들의 머리를 정성껏 감겼다.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붙잡는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망울 속 설렘, 얼굴에 맺힌 물방울까지 모두 생생하게 느껴졌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과 간단한 게임과 공놀이가 이어졌다. 땀을 흘리며 뛰어놀던 아이들은 점심시간,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프라이드치킨을 한 입씩 맛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피아비는 아이들에게 축구공과 배드민턴 라켓도 선물했고, 노래자랑 대회도 열어 작은 겸품을 나눠주었다. 손자들을 데리고 피아비를 보러 온 할머니들과 마을 아낙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맑은 눈을 보면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얻는다. 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작게나마 길을 터주고 싶다.” 피아비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짧은 만남이 끝나갈 무렵,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아이들은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이날 아이들의 마음에는 그 어떤 무선 신호보다 강렬한 ‘꿈’의 파동이 새겨졌다.
캄보디아 깜퐁톰주 바라이군 소재 끄로바이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중인 스롱 파아비 선수(가운데). [박정연 재외기자]작은 오지마을에서 전한 큰 울림
피아비의 방문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맞추며, 가난이 꿈을 막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큰 언니’의 마음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말했다.
“저도 이 아이들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찿았다. 제가 한국에 가서 당구를 배우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지만, 지금 이 아이들에게 제가 받은 것보다 더 큰 희망을 주고 싶다.”
캄보디아 시골 마을,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 하루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삶. 그러나 이날 아이들의 눈 속에는 새로운 빛이 켜졌다. 작은 학교, 단 두 명의 선생님, 그리고 한 명의 당구 스타가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꿈은 결코 환경에 갇히지 않는다.
프로당구 PBA 2025~2026시즌 경기에서 2연속 우승을 달성한 스롱 피아비가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둔 채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PBA]스롱 피아비 선수는 누구?
스롱 피아비는 캄보디아 출신으로 국내외 당구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자 프로당구 선수다. 2010년대 후반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2021년 한국 LPBA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고, 2023년 동남아시안게임에서는 3쿠션 금메달과 1쿠션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5‑2026시즌에는 프로당구 LPBA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과 ‘NH농협카드 채리티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내 2회 이상 정상에 올랐고, 통산 9회 이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러한 성과로 PBA Golden Cue Awards에서 베스트 여성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국내 최다우승 2위권에 자리하는 등 한국과 아시아 당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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