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외동포 거상(巨商)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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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7-14 11:50본문
[인터뷰] 재외동포 거상(巨商)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자동차는 시작이었습니다…이제는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30년 사업의 종착지는 메콩강변 756만평 부지에 세우는 미래도시”
- 왕길환 기자
- 입력 2026.07.08 10:15
- 댓글 0
라오스의 최대규모 민간기업 코라오 그룹 오세영 회장비엔티안(라오스)=박철의·왕길환 기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코라오그룹 본사. 여전히 햇살이 따가운 오후. 퇴근 시간에 맞춰 직원들이 하나둘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풍경은 한 기업의 일상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30년 전 아무것도 없던 땅 위에서 출발한 거대한 실험의 현재형이었다. 한국과 라오스를 잇는 대표적인 한상(韓商) 기업인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 나타났다. 업체와의 미팅이 하루 종일 있었는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서실장이 안절부절했다.
오 회장이 "아이고~" 하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격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건넸다. 미팅으로 지칠법도했건만 여전히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재외동포 거상’, ‘최초의 한상 상장 기업인’ 같은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곳, 라오스로 향하다
1990년대 후반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었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오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아니라, 아직 산업 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 선택이 라오스였다.
당시 라오스는 외부 투자자들에게도 생소한 국가였다. 도로, 금융, 유통, 산업 인프라가 거의 갖춰지지 않은 환경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컸지만, 그는 오히려 그 점에서 기회를 봤다.
사업 초기에는 행정 절차 하나를 처리하는 데도 몇 달씩 걸렸다. 언어와 제도, 문화의 차이까지 더해지며 사업 진행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속도를 높이기보다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시기 오 회장은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관점이었다. 현지 인재를 중심에 두고 조직을 구성한 것도 이러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코라오그룹은 점차 외국 기업이 아닌, 현지 기반 기업으로 자리 잡아갔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현지 기술자들과 함께한 오세영 회장.자동차 5대에서 시작된 산업의 확장
코라오그룹의 시작은 자동차였다. 단순한 수입·판매 사업이었지만, 오 회장은 고객의 요구가 차량 구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금융 서비스가 필요했고, 이후에는 정비, 부품, 물류, 서비스까지 연결된 구조가 요구됐다. 그는 이 지점을 사업 확장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코라오는 단순 판매 기업에서 출발해 금융, 정비, 부품, 유통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로 확장됐다. 각각의 사업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구조로 연결됐다.
오 회장은 이를 단순한 다각화가 아니라 ‘연결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사업이 다른 사업의 기반이 되고, 그 구조가 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재외동포신문 인터뷰에 응하는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왕길환 기자]‘코라오 WAY 10계명’으로 정리된 경영 철학
30년 동안 축적된 그의 경영 방식은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명확한 원칙으로 정리해 조직 전반에 적용했다. 이른바 ‘코라오 WAY’다.
이 원칙은 경쟁 방식, 시장 접근법, 조직 운영, 사회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핵심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신뢰를 우선하는 데 있었다.
그는 특히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강조해 왔다. 제도와 환경이 불완전한 시장일수록 계약보다 관계가, 법보다 신뢰가 먼저 작동한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었다.
이 철학은 사업 확장의 방식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직원 중심의 운영 구조, 의사결정의 분권화, 장기 인재 육성 시스템 등이 그 결과물이다.
■ 코라오 WAY 10계명
남들이 하는 것을 찾아내어 다르게 하라
시대 흐름을 읽고 국가 발전과 함께하라
준법경영을 반드시 실천하고, 권력과의 거리 과시에 주의하라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고객 만족을 해치는 일과는 타협하지 말라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까지 해 1등이 돼라
현지 중소상인을 해치는 사업은 삼가라
미래를 공유해 평범한 사람을 비범하게 만들라
이익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라
경쟁력과 영속성은 결국 현지화에 달려 있다
그는 이 원칙을 “해외 사업의 생존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라오스의 최대 민간기업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메콩 경제권, 새로운 성장축으로 바라보다
오 회장의 시선은 이제 라오스를 넘어 메콩 경제권 전체로 확장돼 있었다. 그는 본사에 설치된 경제 지도를 통해 라오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남부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해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 내륙국이었던 라오스는 최근 중국과 연결된 철도망 개통 이후 물류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교통 인프라 개선이 아니라 경제 구조 자체의 전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라오스를 더 이상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 ‘연결된 국가’로 정의하며 메콩 지역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전략 역시 국가 단위가 아니라 권역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그는 자동차 산업 역시 근본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과거 제조 중심 산업에서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가 결합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코라오그룹도 판매 중심 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판매뿐 아니라 금융, 물류, 서비스가 통합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동시에 그는 기술 변화에 대한 균형 감각도 강조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코라오그룹과 이마트 간 협력체결 장면.위기 속에서 발견한 생활 플랫폼
코로나19는 코라오그룹에도 큰 충격이었다. 국경이 닫히면서 기존 자동차 중심 사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오 회장은 위기 속에서 소비 구조의 변화를 먼저 읽었다.
사람들이 차량 구매를 멈추더라도 생활은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는 유통과 생활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재래시장 현대화, 대형마트 운영, 물류센터 구축 등이 그 결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코라오는 단순 자동차 기업에서 생활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구조가 확장됐다. 자동차, 유통, 물류가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사업은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된다”
그의 사업 구조에 대한 설명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이다. 하나의 사업이 끝이 아니라 다음 사업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마트 사업은 편의점으로 이어지고, 편의점은 물류를 필요로 하며, 물류는 도시 개발로 확장된다. 그는 이를 고구마 줄기에 비유하며, 하나를 뽑으면 또 다른 줄기가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메콩강변의 756만평 부지에 약 25만 명이 살 수 있는 스마트시티 개발이다. 그는 이를 자신의 사업 여정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이자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AI는 모든 산업의 기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미 내부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고객 관리에 이를 적용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기술을 맹신하지 않습니다. AI는 조력자입니다.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라오스의 최대 민간기업 코라오그룹 이미지인터뷰 전반에서 반복된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기업의 본질을 건물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구조로 정의한다.
현지 인재 중심 경영, 교육 시스템, 기술 이전, 리더 양성은 그의 경영 철학에서 핵심 축이다. 능력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능력은 교육으로 개선될 수 있지만, 태도는 조직의 지속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사업에서 현지인을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의 성공 여부도 결국 현지 사회와 얼마나 함께 성장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라오스를 다시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짧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준비는 더 철저하게 했을 것입니다. "
그러면서 "여전히 창의적이려고 노력하고, 여전히 꿈을 꾼다"고 덧붙였다.
성공에 대한 정의도 남달랐다. 기업이 얼마나 커졌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에게 라오스는 단순한 사업지가 아니라 인생을 배운 공간이었다. 사업의 무대이자 동시에 기업 철학이 형성된 학교였다는 의미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본사 건물을 올려다봤다. 회장실에만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을 해도 회장실은 늘 불이 켜져있는 것이 일상"이라고 비서실장이 귀띔했다. 30년 전 작은 선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코라오그룹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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