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재외동포청 ‘프레스’ 발급은 고무줄(?)… 해명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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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1-24 13:04본문
연구자들을 위한 행사 참여 장치 마련해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최근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 교수의 기고문을 접했다. 메디치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매체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한 글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인문학 칼럼을 위주로 싣는다. 메디치가는 근대 인본주의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의 가문이다. 이 이름들을 따서 메디치미디어도 좋은 필자들을 골라, 글을 올리고 있다.
이인자 교수의 기고문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일에 걸쳐 서울에서 열린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 대회에 참여해 지켜보면서 느낀 내용들을 담아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는 제목으로 실은 글이었다.
‘피렌체의 식탁’은 이 글을 올리면서 “일본 도호쿠대학에 재직 중인 문화인류학자 이인자 교수가 재외동포들의 꾸밈없는 마음을 들어봤다. 다선 국회의원 출신인 재외동포청장, 외교부 간부들, 국회 외통위원들의 일독을 권한다”는 편집자 주를 달았다.
이 글 중에 이상한 느낌이 든 것은 “나는 기자용 명찰을 목에 걸었다. 재일한국인을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지만, 이번에는 메디치미디어의 기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부분이었다.
이인자 교수는 당시 ‘PRESS’ 명찰을 달고 기자실에 나타났으며, 회의장도 출입했다. 당시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가 어떻게 기자 신분으로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왔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는데, 이를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메디치미디어의 ‘기자’로 왔다고 썼다. 하지만 메디치미디어는 필자들의 기고문들을 올리는 매체로 취재기자들을 가동하지 않는다. 이 교수의 기고문 역시 도호쿠대 교수 신분으로 돼 있다.
기고문에는 대회 둘째 날의 ‘공동의제 토론’을 지켜본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는 ‘공동의제 토론’에서 “세 가지 의제가 연속적으로 다뤄졌다”면서, “핵심 쟁점은 세계한인회장대회의 주최권을 한인회가 직접 맡을 것인가였다”고 소개했다.
“‘이제는 한인회장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라는 제안에 회의장의 공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박수와 침묵이 교차했고, 일부 대표들은 강한 이견을 표했다… 러시아·중국·일본 대표들은 절차와 대표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런 내용을 보며 당시를 떠올렸다. 둘째 날 ‘공동의제 토론’을 할 때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비공개회의라며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재외동포청 대변인실의 직원들이 회의장 출입문을 지키며 기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당시 기자도 동포청 직원들이 제지해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인자 교수는 기자 명찰을 달고도 ‘비공개’라는 회의장에 들어가 회의를 지켜봤다. 동포청에서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으면 성사되지 않았을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외동포청은 “메디치미디어에서 이인자 교수가 자사 기자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그가 비공개회의에 참여한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일반 언론사라면 ‘누가 우리 기자다’라는 공문을 일부러 동포청에 보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공문을 보내고 취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황당한 것이다. 고급 인문학 기고문들을 내보내는 ‘피렌체의 식탁’에서 ‘누가 자사 기자’라는 ‘거짓 공문’을 직접 동포청으로 보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또 기자 신분으로 프레스를 발급했다면, 기자들의 출입을 막은 ‘공동의제 토론’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출입문을 막고 있던 동포청 대변인실 직원들이 눈감아주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인류학자가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여해, 동포사회의 분위기와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동포청이 정당하게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스’로 참여토록 하는 것은 이를 허용한 동포청이나 가짜 기자 신분으로 참여하는 인류학자 쌍방에 모두 찝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동포청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 처지에서 보면, 동포청이 ‘프레스’ 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느낌도 받는다. 취재기자들은 출입을 막고, 프레스를 단 인류학자는 비공개회의에 참여토록 하는 것을 보면서, 동포청이 다른 데서도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일까 하는 우려도 떨칠 수가 없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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