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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설계된 문자,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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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0-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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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설계된 문자,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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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 유엔피스코 사무총장허준혁 유엔피스코 사무총장

“세상 모든 문자는 진화했지만, 한글만은 창조되었다.”

알파벳은 수천 년의 음운 변화를 거친 ‘자연발생 문자’지만, 한글은 과학적 원리에 따라 의도적으로 설계한 세계 유일의 '창조 문자'다.

기호학적으로 한글은 임의적(arbitrary) 기호가 아니라, 발음 기관의 형태를 닮은 상징적(iconic) 문자다. ㄱ은 혓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 ㅁ은 입술의 형태, ㅅ은 이의 모양, ㅇ은 목구멍의 형태를 본떴다. 이처럼 소리와 형태의 대응성을 갖춘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은 그의 저서 <Writing Systems>에서 “한글은 인간 언어의 구조를 의식적으로 모델링한 유일한 문자 체계”라고 평가했다. 한글은 ‘음소문자’이면서 동시에 ‘형태학적 언어모델’이기도 하다.

이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의 설계 원리와도 통한다. AI 언어 모델이 ‘음소→형태소→ 의미’의 계층 구조로 학습하듯, 한글은 자음·모음의 조합→음절→어절→문장으로 이어지는 완전한 계층적 구조를 가진다. 한글은 인공지능이 가장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언어이자, 알고리즘이다.

MIT 정보이론연구소(2022)는 세계 주요 문자 38개 중 한글의 ‘표음 효율성(phonemic efficiency)’을 97.8%로 분석했다. 라틴 문자(84.5%), 키릴 문자(81.3%)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이다. 한글이 발음 표기의 정확도·조합 가능성·오류 허용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체계를 지녔다는 뜻이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도 한글은 독보적이다. 하버드대 뇌언어학 연구팀(2020)은 한글을 읽을 때 좌뇌의 ‘운동 계획 영역(premotor area)’이 알파벳 독해보다 1.7배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한글이 발음을 시각적으로 ‘그리며’ 인식하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글은 뇌가 소리와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도록 유도하는 이중 부호화 문자(dual-coded script)다. 이 때문에 한글을 배우는 학습 효율은 매우 높다.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에 가장 효율적인 문자’로 한글을 인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글은 왜 이렇게 체계적으로 설계될 수 있었을까? 답은 언어를 지식 접근의 평등으로 보았던 세종의 철학에 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로 표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백성을 위한 ‘언어의 평등’을 추구했다. 한글은 ‘문자 민주주의’의 실천이었던 것이다.

모든 발음을 누구나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음성학·생리학·천문학·철학을 결합해 세계 최초의 통합 언어공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대 언어정보학 관점에서 보면, 한글은 완전한 ‘모듈 언어 시스템’이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논리적 규칙을 따르며, 그 규칙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현될 수 있다. 실제로 유니코드 체계에서 한글은 '조합형 알고리즘(Composition Algorithm)’으로 구현된다. 전 세계 문자 중 기계적으로 완전한 조합형 구조를 갖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한글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기술적인 문자다. 세종은 문자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설계했다. 그가 만든 것은 글자가 아니라, "모두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민주적 구조"였다.

한글날은 과거의 문자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사고를 조직하고, 과학이 어떻게 인간의 소통을 돕는지를 되새기는 날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된 문자이지만, 그 목적은 이해의 민주화였다.

한글은 과학이다. 그러나 언어는 살아 있는 생명이다. 세종은 체계를 만들었지만, 그 체계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험하길 원했다. 진정한 한글의 정신과 세종의 철학은 ‘완벽함’이 아니라 ‘열림’이다. 그것이 바로 한글이 오늘에도 살아있는 이유이자 한글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며 세종의 철학을 구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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