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칼럼] 한글과 한글교육, 세계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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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0-10 14:32본문

훈민정음 반포 579돌을 맞는다. 한글날은 이제 한국인만의 기념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 일본, 캐나다 등 116개국 1,450여 개 한글학교에서 10만여 명의 동포 학생과 외국인 학습자가 매주 주말 한글을 배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16개국 34개 한국국제학교에서는 1만3천여 명의 학령기 동포학생이 국어교육을 필수로 받고 있다.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87개국 252개 세종학당에서는 21만여 명의 외국인 성인이 한국어를 익히며, 일본, 브라질, 미국 등 46개국 2,500여 개 현지 정규학교 한국어반에서는 22만여 명의 외국인 중·고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또한 K-팝, 드라마, 영화, 뷰티, 푸드, IT 등 한류와 함께 한국어를 즐기는 동아리는 중국, 멕시코, 태국 등 119개국 1,748개에 달하며, 전 세계 한류 팬은 2억2,500만 명에 이른다.
10월 9일은 이들에게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한글을 매개로 대한민국과 세계인을 잇는 ‘지구촌 한글인의 날’이다. 5,200만 내국인과 700만 재외동포, 2,600만 북한 주민을 하나의 언어로 연결하고, 다양한 K-컬처 플랫폼을 통해 한글을 배우는 전 세계 학습자까지 포용할 때, 한글은 국가 브랜드와 언어 이미지를 높이는 새로운 통로이자, 글로벌 교육의 초석이 된다.
120년 역사, 자조·자립정신의 보루 한글학교
가장 오래된 한글학교는 20세기 초 미주 이민사에서 시작된다. 1907년 하와이 힐로한글학교를 비롯해 동명학교, 동신학교, 육영학교, 신한의숙, 신흥학교, 3·1학교, 해동학교, 고려학원, 태극학교 등에서 사탕수수농장 노동자의 학령기 자녀들이 ‘가갸거겨’를 배우며 민족의식을 지켰다. 당시에는 ‘한인학교’ 또는 ‘국어학교’로 불렸지만, 오늘날 한글학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1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글학교는 여전히 재외동포 정체성 교육의 최전선에 서 있다. 교장과 교사의 대부분이 자발적 봉사로 수업을 맡고, 운영비는 동포사회와 학부모가 책임지며 부족한 재원은 모국 지원으로 충당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한글학교는 단순 언어 교육을 넘어 한국 문화와 역사를 세대 간 전승하는 ‘언어·문화공동체 학교’로 자리 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2019)와 뉴욕주(2021) 의회가 한글날을 공식 기념일로 제정한 것도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보여준다.
자생력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로
한글학교는 불안정한 재정과 교사 부족, 법·제도적 사각지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력 신장과 한류 확산을 기반으로, 한글학교 교육 생태계를 지속 가능한 민족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 동포 차세대 교육을 일부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재외동포청은 한글학교를 단순 민간 교육시설이 아니라 국가 교육체계의 확장 기반이자 글로벌 동포교육·문화지원의 핵심 파트너로 재인식해야 한다. 표준 교육과정, 온라인 학습 플랫폼, 교원 인증제도, 지원 교육기금을 조속히 마련해 한글학교를 ‘글로벌 세계시민교육 네트워크’로 도약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대의 중장기 전략
첫째, 법적·제도적 강화다. 한글학교 운영 실태를 5년 주기로 전수 조사하고, 설립·지원·평가·재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명문화해야 한다. 최소 10년 단위의 안정적 재원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2007)」 전면 개정과 한국교육원의 기능·인력·예산을 「재외동포기본법」 및 재외동포청 체계로 이관해야 한다.
둘째, 지원 시스템의 고도화다. 신규 한글학교 설립(연 50개 목표)과 온라인 병행 체계 구축, 차세대 이중언어 교사 양성, 중등·성인·야간반 활성화, 졸업생 네트워크 강화, 모국 연수·장학제도 연계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동포사회 정착 과정—이주 초기, 동화와 통합, 경제적 성공, 차세대 교육 투자, 차별·배제 극복, 커뮤니티 역량 강화, 현지 영향력 확대, 모국 발전 기여, 정체성 유지·발전—에 맞춘 맞춤형 지원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교육의 정립이다. 민족 정체성과 세계시민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교육을 강화하고, 현지 사회와 협력 속 지속 가능한 영향력 확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글학교는 모국과 거주국의 상호 발전을 연결하는 ‘양방향 교육 플랫폼’이자 글로벌 한인 정체성 교육의 핵심 거점이 되어야 한다.
세계인의 한글날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세종대왕의 애민·자주·실용 정신이 깃든 살아 있는 문화유전자이자, 지구촌 한글학교 설립과 운영의 근본 정신이기도 하다. 한글날은 이제 혈연, 국적, 문화, 거주지를 넘어 전 세계 한글인이 함께 기념해야 할 날이다. 10월 9일을 ‘지구촌 한글인의 날’로 새롭게 기념할 때, 한글 세계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현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감과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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