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칼럼]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동포사회 혁신’의 출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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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9-25 10:41본문
한민족 네트워크 전략 자산 살리는 기회로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워크힐호텔에서 열린다. 매년 열리는 대회이지만, 올해 대회는 보다 뜻깊게 치렀으면 좋겠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평범한 재외동포 행사가 아니다. 세계 700만 동포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모국에 와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대한민국과 동포사회, 거주국이 함께 상생할 미래를 모색하는 장이다. 올해 대회는 실질적 성과를 내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한다.
재외동포사회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모국이 당기는 ‘구심력’이 있으며, 현지 사회에서 분화·이탈하려는 ‘원심력’이 동시에 작동한다. 세계 180개국에 뿌리내린 한민족 네트워크에는 이러한 양면성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한인사회는 이주 역사와 언어, 문화적 배경이 각기 다르다. 그만큼 각국 동포사회의 현안도 제각각이다. 획일적 접근으로는 세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이 다양성과 현장성을 정밀히 읽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2024~2028)은 이상적 목표와 부처별 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동포사회를 보장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거주국 한인사회의 역량 강화와 새로운 확장성(落地生根), 대한민국 국익 증진과 모국 발전 기여(落葉歸根)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다. ‘고강도의 선택’과 ‘저강도의 집중’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재외국민 투표율 제고를 위한 우편투표 도입,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과 같은 쟁점도, 유불리를 떠나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올해 대회에는 ‘공식 의제 토론’과 ‘지방자치단체(인천·울산·전북)-한인회 협업 사례 발표’가 처음 도입됐다.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인회 대표에 한정된 참여 구조가 한계다.
세계한인사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직능·세대·분야별 대표까지 참여의 문을 넓혀야 한다. 프로그램 또한 특정 지역의 민원성 의제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의제를 다뤄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계한인회장의 위상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늘 비판과 부담이 따르는 자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인회는 외교부나 재외공관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상호 존중과 무한 신뢰를 전제로 할 때에만 동포사회 내부 갈등과 모국과의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
동포 차세대 육성은 동포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한인회는 한글학교를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정체성 교육과 공동체 유지를 떠받치는 중심축으로 키워야 한다. 후원회 조직, 이중언어 교사 양성, 안정적 교육 공간 확보, 한글학교협의회와의 협력 등은 한인회가 선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K-컬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K-팝, 드라마, 영화, 푸드, 뷰티, IT, 한국어, 애니메이션, 패션, 디자인, 게임 등은 단순한 한국 문화가 아니라 현지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세계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문화자산이다. 이를 매개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결집력을 발휘할 때, 한인회는 동포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동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협력과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한다. 동포를 가르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경청과 대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소통이 모국과 동포사회의 연대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대회 이후에도 동포사회와 모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한인의 날(10월 5일)을 분리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외동포를 행사용 병풍으로 동원하는 관행은 막을 내려야 한다. 세계한인의 날은 해외 현지에서도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아야 한다. 세계한인의 날은 단순 기념일이 아니라, 역사적 정체성과 미래 비전이 교차하는 행사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화교절(10월 21일)과 인도의 재외인도인의 날(1월 9일)은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다.
올해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되는 대회다. 이에 걸맞게 동포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재외동포기본법 제정과 재외동포청 출범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지금, 전 세계 한인의 권익 보호, 반한(反韓) 감정 대응, 모국과의 연대 강화, 차세대 교육 활성화할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전미유대인의회(AJC, 1918)가 주도해 세계유대인회의(WJC, 1936)를 출범시킨 역사적 경험과 최근 레바논·시리아·요르단·이스라엘·이집트 한인회가 결성한 레반트한인연합회 같은 모델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700만 재외동포, 180개국에 뻗어 있는 세계한인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넘어,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의 미래를 주도할 전략적 자산이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화교·화인(Overseas Chinese), 월드 주이시(World Jewish), 글로벌 아일리시(Global Irish) 네트워크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올해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상호 존중과 무한 신뢰, 지속 가능한 연대를 기반으로, 한민족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로 도약하는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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