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수 CJ 경영고문이 남기고자 한, ‘그 우산(傘)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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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7-29 10:43본문
정영수 CJ 경영고문이 남기고자 한, ‘그 우산(傘)은 뭘까’
7.20일 싱가포르서 ‘My Odyssey’ 출판기념회 개최
산수연(傘壽宴)서 ‘산수의 벽’넘어 ‘인연’의 역설 강조
“문학적 단상 남길 수 있었던 나의 사회활동은 ‘축복’”
"매 순간 호기심과 열정이 넘치는 청년노인이 되자"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5.07.28 10:35
- 수정 2025.07.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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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이 한남동 자택에서 「My Odyssey-나의 긴 旅程」이라는 수필집을 기자에게 건넸다. 그는 사인을 해주면서 “지인들에게 주려고 400부만 인쇄했다”고 전했다.
2017년 ‘노년의 샘(월간문학 8월호)’으로 수필가로 정식 등단한 그는 지금까지 산문집 「멋진 촌놈」(2012)과 「The Hub of Asia」(2014공저)에 이어 수필집 「70찻잔」(2015)·「밖으로 밖으로, 신나는 인생」(2018), 그리고 지난 5월 초 「My Odyssey-나의 긴 旅程」을 펴냈다.
3년전 불의의 사고를 당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다. 그가 지금껏 남긴 수필집 속에는 ‘인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70찻잔」에서 “세상을 살면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인연이다”며 “누군가를 진심과 사랑과 겸손으로 대하면 인연으로 만들어지고 그 인연은 필연으로 승화되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연으로 맺어진 40여명의 인사들이 지난 7월20일 싱가포르 St Ragis Hotel Function Room’에 모였다.
바로 정 고문의 산수연(傘壽宴) 및 「My Odyssey」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홍진욱 주싱가포르한국대사 부부와 김우재·박기출 전 월드옥타 회장을 비롯해 박재용 싱가포르한인회장, 황주섭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신용섭 싱가포르코참 회장, 노종현·윤덕창 싱가포르 한인회 고문 등이 참석했다. CJ 현지 직원들과 정 고문의 직계 가족들도 함께 했다.
정영수 고문은 「My Odyssey」프롤로그에서 언급했지만 이날 다시 한번 ‘나이듦’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우리가 그냥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마다 나이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며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의미를 음미하면서 살았는데, 벌써 산수(傘壽)라고 하니 아직 철이 없음을 느끼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면목이 없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이어 “그동안 틈틈이 글을 쓰고 연설문을 다듬어 5권의 수상집을 냈는데, 3권은 새로 쓰고 2권은 기존의 책에서 보충하는 형식으로 이번에 증보판을 내게 됐다”며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책을 정리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구슬도 꿰면 보석이 되듯, 국내외에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통해 깨우친 삶의 지혜와 문학적 단상들을 남길 수 있었다”며 “내 인생은 축복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정 고문은 일본 와다 하데키 박사가 저술한 ‘80세의 벽’을 인용, “산수의 벽을 넘긴 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남은 인생이 중요할까”라고 반문하고 하데키 박사가 남긴 8가지 메시지를 소개했다.
와다 하데키 박사는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로 “▲먹고 싶은 음식은 먹어라 ▲건강검진은 받지 않는 편이 좋다 ▲암은 절제하지 않는 편이 좋다 ▲혈당, 혈당치, 콜레스테롤 낮추지 않아도 된다 ▲약은 몸이 좋지 않을 때만 먹는다.▲운동은 적당한 산책이 제일이다 ▲두뇌 훈련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인지 장애가 되어도 삶의 힘과 지혜는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와다 하데키 박사는 “노인들이 과도한 강박과 욕심이 스스로를 압박하고 무리한 절제 때문에 결과적으로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하다”며 “‘80세의 벽’은 높고 단단하지만 벽을 넘는 최고의 방법은 싫은 일보다 좋아하는 일만 하라”고 강조했다.
정 고문도 “와다 히데키 박사의 메시지를 취사선택하여 백수까지 살아 볼까 한다”며 “▲성공한 사람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자 ▲하고 싶은 것도, 할 의지도 없는 노인이 아니라 매 순간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찬 청년 노인이 되자 ▲화려한 빛깔로 유혹하는 성공의 껍질 안에 숨겨진 쓰디 쓴 속살을 제대로 간파하자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산다 ▲노년의 인연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말로 자신의 철학을 역설했다.

정 고문은 또한 산수의 변(辯)을 통해 “바람에 실려 오는 꽃잎처럼 그저 전화 한 통화로 안부를 묻거나 아무 이해관계가 없어도 그저 좋아서 식사 한번 하자고 하는 인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외국어대 87학번인 정광석 씨는 축전을 통해 “선배님의 「My Odyssey」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 속에서 길어낸 사유의 나침반이다”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둡고 두려운 여정의 통로를 환하게 비춰주는 따뜻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산수(傘壽)'에서 傘(우산 산)은 '八(여덟 팔)과 十(열 십)'이 합쳐져 80을 표현한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傘)”이라며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정 고문 또한 「My Odyssey」에서 비에 대한 단상을 밝혔다. 그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니 고향 산천을 적셔주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며 “비는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켜 이따금 사색가, 철학가, 시인으로 만들어주며 세상사는 지혜를 깨우치게 한다”고 비에 대한 예찬을 언급했다. 정 고문의 말대로 백수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어떤 우산을 남길지가 궁금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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