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60주년]재일동포가 남긴 유산④...오사카 금강학교, ‘변화’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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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7-28 10:16본문
[한일수교60주년]재일동포가 남긴 유산④...오사카 금강학교, ‘변화’의 중심에 서다
최윤 이사장‧윤유숙 교장의 절묘한 조화
‘식물학교’ 전락 위기에서 교명‧교가‧CI 등
혁신 통해 부활...아직 노후시설 등 고충 많아
지나친 ‘민족’ 고집은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재학생들, ‘한류’ 영향으로 한국대학 진학 ‘꿈’
- 장영환 기자
- 입력 2025.07.25 18:33
- 수정 2025.07.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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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해방 8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특히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고국행을 선택하지 못한 재일동포들은 현지에서 학교설립을 통한 남다른 민족교육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최근 한일 양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교육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재일동포들이 세운 학교 가운데 남은 학교는 동경한국학교(동경), 교토국제중고등학교(교토), 오사카금강인터내셔널소중고등학교, 오사카건국유소중고등학교학교 등 4개 학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경한국학교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학교는 한국의 교육부 뿐만 아니라, 일본 오사카부, 교토부의 인가도 받은 일본 내 정식 사립학교이므로, 이들 학교는 모두 한일 양국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본지는 재외동포청 후원으로 지난 7월10일, 1961년 재일동포가 세운 1호 대한민국 최초의 재외한국학교인 한국학교인 ‘오사카 금강인터내셔널소중고등학교’(OKIS: Osaka Korean International School 이하 OKIS)를 찾아갔다.
이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내리자 전종헌 ‘OKIS’사무장이 픽업을 나왔다. 공항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와 외곽 항만도로를 거쳐 오사카시 스미노에구 남항(南港)에 위치한 학교까지는 50분 가량이 소요됐다. 그는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6년 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온 뒤, OKIS에서 한국어 교사로 활동하다가 1년 전부터 사무장(행정실장)을 맡고 있다.
“학교로 들어가는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길이 너무 좁으며 근처는 각종 물류창고 등으로 인해 조금 답답하다”고 하자 전 사무장은 “일본 지방정부나 현지 주민들이 한국학교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대가 심해 결국 오사카 항만 쪽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눈에 봐도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 학교는 2007년에 현재의 장소로 이전을 했다. 주차장은 울퉁불퉁해 정비가 제대로 않은 듯 보였다. 4층짜리 교사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조국의 오랜 역사, 빛나는 우리 전통”으로 시작되는 금강학원 교가(校歌) 가사가 액자로 만들어져 벽면에 붙어 있었다.
이어서 90년 대 초 한국에서 히트를 친 황규영씨의 ‘나는 문제없어’와 조영수 씨 작사·작곡의 ‘나는 더 강해질 거야’라는 노래가 담긴 액자가 각각 걸려 있었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나는 문제없어 가사 중 일부)
“맑은 날이 더 많겠지만 비 오는 날도 적진 않을 거야. 우산이 없으면 어때. 비바람보다 빨리 뛰어가면 돼. 비바람은 곧 그칠 테니까”(나는 더 강해질 거야 가사 일부)
이게 뭐지? 윤유숙 교장은 ‘나는 문제없어’노래는 가사 일부를 개사해 교가로, 두 번째 노래인 ‘나는 더 강해질 거야’라는 노래는 교가와 응원가로 활용된다고 했다.

2019년 부임한 최윤 이사장(현 OK금융그룹 회장)이 서정적인 가사와 함께 감동적인 멜로디를 통해 고난과 역경에 지지 않는 강한 의지로 훌륭한 인재로 커나가길 바라는 응원 메시지를 담아 직접 교가 제작을 지원해 금강학교에 기증했다고 한다.
윤 교장은 “학교 분위기가 근엄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시대정신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파격’ 그 차체가 아닌가.
“금강학원은 학생수가 급격에 줄어들면서 이미 십수년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긴급 구원투수가 절박했던 거죠. 급기야 2019년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님이 이사장님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외쳤죠. 그래서 교가는 물론, 교복, 하물며 교명까지 바꾸겠다고 나섰습니다. 학부모들은 물론 동문들까지 나서 반발하는 등 적잖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 학교는 2007년 400여명에 이르던 학생은 매년 조금씩 줄어 2018년 203명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식물학교 전락은 시간문제였다. 최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매년 5억씩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뒤 “‘학교 살리기’에 학부모는 물론 동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의 로고 및 CI 교체는 교복, 앰블럼, 교기, 건물 외벽간판, 스쿨버스 래핑 등의 대대적인 SI 개편작업도 함께 전개됐다. 특히 교복의 경우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절감하는 동시에 편의성을 높이고자, 기존 교복 대비 편의성이 높으면서 금액은 절반 수준인 신규 교복을 도입했다.
결국, 최 이사장의 뜻대로 2021년 학교명을 ‘오사카금강인터내셔널소중고등학교’(OKIS)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아울러 획기적인 커리큘럼 개편을 통해 영어·한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교육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이런 최 이사장의 열정에 학부모들도 화답했다. 소학교 등록금을 월 1만엔에서 연차적으로 증액하여 최종적으로 3만9000엔으로 인상시키는데 동의한 것이다. 현재까지 최 이사장이 희사한 금액만도 약 23억 원이다.

이때부터 학교는 점차 활력을 찾기 시작한다. 최윤 이사장 취임 후 첫해인 2019년 학생수는 204명에서 이듬해인 2020년 218명, 2021년 241명, 2022년 275명, 그리고 2023년 이후 300명대 진입에 성공했다.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최 이사장의 리더십의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갈 길이 멀다는 윤 교장의 설명이다. 우선 18년 된 교사가 낡은 상태이고 하물며 급식시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무엇보다 주차장과 운동장의 지반이 약해 점점 내려앉고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건물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른다고 했다.
“교육부와 기재부로서는 전체 한국학교의 형평성 차원에서 한 학교에만 예산 지원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곳으로의 학교 이전이 최선의 방책이기는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편지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민족교육은 남의 것을 수용하지 않고 내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류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지나치게 ‘민족’에 집착하는 것은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금강국제학교 영문에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을 넣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 내 사립학교의 커리큘럼을 수용하고 한국어는 레벨업 수업을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한국사를 비롯해 태권도, 사물놀이, 댄스, 한국어 등 특별수업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금강국제학교를 버티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바로 ‘한국적인 것’이라는 윤 교장. 그는 대다수 재학생들의 목표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할 정도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변화를 감안할 때 윤 교장은 “최 이사장의 방향과 선택이 옳았다”고 단정했다. 그렇다면 일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윤 교장은 학생들의 입학 면접 과정에서 학교의 입학생 수용 방침(어드미션 폴리시)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교 건물 내부에는 과학실험실, 도서관, 컴퓨터실 등 각종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고,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날 윤 교장은 복도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인 '아사카'학생을 소개했다.
한국 이름은 '조세란'. 그에게 OKIS에 입학한 이유를 문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이 학교를 선택했다"며 " 언니·오빠도 이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에서 서울대와 한양대학을 각각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언니·오빠를 따라 한국의 대학 진학이 목표란다. 형제나 자매가 동일한 학교에 다니면 등록금이 면제되거나 아주 싸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가 일본이라고 자신의 가족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K-POP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룹 ‘뉴진스를 좋아한다”며 “현재 댄스 동아리에서도 K-POP에 맞춰 춤을 즐겨 추고 있다”고 했다.

윤 교장은 2016년부터 4년간 파견교장으로 근무한 뒤 한국으로 귀임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OKIS 최초의 현지채용 교장으로 다시 금강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지채용교장은 전문성은 물론, 현지 지역사회와의 소통 능력과 언어 소화 능력 등이 파견교장과 본질적인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윤 이사장이 교육부와 질긴 담판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이로인해 1972년에 OKIS에 도입된 파경 교장 제도가 53년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고, 그는 여성최초로 현지채용 교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남은 건 최윤 이사장과 손발을 맞춰 금강학원의 개혁을 완성하는 일이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개혁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났지만 그의 어깨에 적지 않은 책임감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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