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한국어 열풍’ 뒤에 ‘그들’이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7-22 10:19본문
전세계 ‘한국어 열풍’ 뒤에 ‘그들’이 있다
‘제17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개회식, 신라호텔서 열려
49개국에서 온 세종학당 교육자 162명 등 300여명 참석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5.07.21 18:02
- 수정 2025.07.22 09:40
- 댓글 0
![7월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17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참가한 49개국 한국어 교육자 300여명이 개회식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https://cdn.dongponews.net/news/photo/202507/53363_205888_4250.jpg)
전세계 49개국에서 한국어를 전파하는 세종학당 교육자들이 서울에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 초청으로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7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21일 오전 10시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막을 연 이번 행사의 개회식장은 세계 각지 107개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원 162명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총 300여명의 교육자들이 1년에 한번 있는 한국에서의 연수기회를 맞이해 설레는 분위기로 행사장을 채우고 있었다.
KBS 박노원 아나운서의 사회로 문을 연 이날 개회식은 축사자로 미처 예상치못한 인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영상축사를 보내온 것. 김 여사는 “존경하는 한국어 교육자 여러분,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한국어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는 말로 영상메시지를 시작했다. 이어 “최근 한국문화는 눈부신 성취로 온 국민에게 자긍심을 가져다주고 있다”며 “한국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세계인들의 관심은 이제 한국문화의 뿌리이자 정수인 한국어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문화의 힘으로 언어가 전파되는 기적을 여러분(한국어 교육자)이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그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격려했다.

이어 최현승 세종학당재단 사무총장(이사장 직무대리)이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를 넘어 전 세계인이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공감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2007년 처음 문을 연 세종학당은 현재 87개국 252개소로 확산됐으며 누적 수강생 94만 명, 온라인 수강생도 약 3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연장과 인터넷, 스마트폰, 강의실 등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세계의 학습자들이 물결처럼 찾아오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어열풍을 전했다.
파란눈의 축사자도 서툰 솜씨로 한국어 인사를 건넸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탈리아와 한국 간 상호교류가 점점 커지고 있어 행복하다”면서 “많은 이탈리아 대학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또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세종학당을 새로 개설된 토리노대학교는 현지 우수 대학으로서 한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토 대사는 “오는 11월에 한국학생들에게 이탈리아 대학을 소개하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인문학 뿐아니라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도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말미에 그는“이탈리아와 한국은 진짜 친구다”라는 말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세종학당 우수교원 포상 및 우수학당 시상식. 전세계 세종학당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박인선(부다페스트 세종학당) 씨를 비롯해 ▲이보현(룩셈부르크 세종학당), 이슬(마나마 세종학당, 이상 우수상) ▲윤옥선(주베트남한국문화원 세종학당), 김소은(산살바도르 세종학당), 정연균(류블라냐 세종학당, 이상 장려상) 씨 등 모두 6명이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현장 사례 등을 소재로 공모에 응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종학당 우수 운영기관으로는 ▲칭다오2 세종학당(중국) ▲소쿨루크 세종학당(키르기스스탄) ▲보고타 세종학당(콜롬비아) ▲타이난 세종학당(대만)이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선 9개국 11개소 세종학당이 신규로 지정돼 지정서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중국 선양 ▲대만 타이베이 ▲필리핀 무뇨스 ▲이집트 카이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이탈리아 토리노 ▲헝가리 미슈콜츠 ▲독일 본 등에 세종학당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한나 씨는 “나이로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워 숙명여대로 유학와 지난해 9월 국어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면서 올해 1월부터 나이로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현지 케냐타대학에 재학중일 때 학교 안에 있는 세종학당을 찾아갔다가 스와힐리어와 전혀 다른 한국어 발음에 매료돼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거기서 사물놀이와 K팝 춤도 함께 배웠다고. 한국어는 ‘쓰기’(한글)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그는 “한류 영향으로 케냐인들 사이에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K푸드는 어떠냐는 질문에는 “(현지 한국식당이) 비싸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개회식에 이어 오후에는 서혁 이화여대 교수(국어국문학)가 ‘AI시대 문해력과 한국어교육’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2025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는 23일까지 다양한 교원 전문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24일 폐회식 겸 환송오찬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현장 인터뷰]

세종학당 우수교원 포상자 중 본부 파견이 아닌 현지 교원으로 우수상을 받은 룩셈부르크의 이보현 씨는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그 나라에서 최초로 한국어학과가 창설된 보르도몽테뉴대학의 한국어교육양성과정을 거쳐 현지에서 2년 가량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따라 룩셈부르크로 가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한지 1년 정도 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에선 방송작가로 일했다는 이 씨는 “룩셈부르크에서 한국어 인기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룩셈부르크인들은 유럽내 여러나라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자국어 외에 기본적으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또 열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 등 유럽 대도시에서나 열리던 K팝 공연이 지난해부터 룩셈부르크에서도 열리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매학기 130명 정도가 룩셈부르크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수강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의 유럽지사가 있는 룩셈부르크는 인구의 60%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민자가 많다”면서 “그만큼 언어도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흡수가 빠른 가운데 K팝이나 K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여느 나라에 뒤지지않는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는 그는 현지 수강생들과 함께 한국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방식의 문화강좌를 통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벌새’, ‘파묘’ 등의 K무비가 그의 강좌에서 한국어교육을 위한 수업도구가 됐다. 그는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그룹별로 다중언어로 토론을 한뒤 마지막에는 한국어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현지 수강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거나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나 교류를 하기 위해 이 씨의 문화강좌를 찾는다고.
이 씨는 “한국어는 감정과 뉘앙스의 언어인 만큼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독서를 통해 그같은 자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외교 언어가 되다’라는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