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정책은 고차방정식, 예산과 인력 대폭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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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7-07 09:30본문
- 김봉섭(인하대 정책대학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초빙교수)
- 승인 2025.07.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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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80여 개국에 거주하는 700만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전략적 자산이다. 이들은 한국이 위기와 고난에 처할 때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기꺼이 힘을 보탰다. 거주국에선 ‘코리안’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보여주며 국격을 높이는 민간사절 역할을 했다. 남북통일이 과제인 대한민국에 있어, 재외동포는 통일을 위한 국가전략의 중요한 한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재외동포청을 출범시키며 외교부, 법무부, 교육부 등 10여 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동포 관련 업무를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정책 환경과 조직 위상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인회, 한글학교 등 동포사회와의 현장소통은 재외동포재단 시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맞아 재외동포청은 다시 거듭나야 한다. 세계 동포사회의 실질적 성장과 발전을 이끌 정책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동포사회에 대한 면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동포사회는 지역·세대·이주 역사에 따라 조건과 과제가 다르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중동·아프리카까지 정착 여건과 정체성이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인 지원으로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국적·병역·체류·복지 등 분야별 현지 수요에 기반한 정밀 실태조사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빅데이터 없는 정책은 방향을 잃기 쉽다. 특히 무국적자, 해외입양인, 북한이탈주민, 국제결혼 이주자, 귀환 및 재한(在韓) 동포 등 새로운 유형의 인구집단에 대한 집중적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
또 재외동포사회의 변화도 필요하다. 재외동포는 권리만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라는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 모국과 거주국에 기여한 동포에 대한 우대,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 건립, 재외선거 우편투표 시범 도입, 차세대 병역자에 대한 사회봉사형 대체복무, 복수국적 확대, 국가교육과정 내 동포 관련 기술(記述) 등 균형 잡힌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나아가 재외동포청의 정책 추진력과 위상 강화가 절실하다. 예산과 인력의 대폭 확충은 물론, 독립된 정책 조사연구기구 설치와 외교·안보·통일 관련 범정부 협업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지자체, 교육청, 동포 언론, 한인회, 한글학교, 민간기업, 개인 기부자 등과의 협력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로 정비돼야 한다.
이제 감성에 기대는 시혜성 접근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한류 전파자’나 ‘국가 이미지 홍보대상’으로만 동포를 소비하는 관성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AI 기반 커뮤니티 구축, 세대별 맞춤형 교육 플랫폼,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등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재외동포정책은 무엇보다 국가 정체성과 전략적 이해에 입각해 추진돼야 한다. 또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중국은 “화교는 중국혁명의 어머니”라 했고, 이스라엘은 “모든 유대인은 귀환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아일랜드는 헌법에 해외 동포와의 유대를 명시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동포를 헌법과 국가전략, 제도 차원에서 국가 발전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한 번 코리안은 영원한 코리안”이라는 원칙을 국가전략으로 정립해야 한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달라졌으면 한다. 형식적인 간담회나 보여주기식 지원을 넘어, 각국 동포사회의 민생 현안을 경청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행정으로 동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외동포정책은 고차방정식이자 종합행정이다. 국익과 공동체 가치, 세대 간 단절 문제, 거주국과의 관계, 현지 제도 변화,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역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 변수에 대응할 전략적 정책만이 대한민국의 미래 이익은 물론, 재외동포사회와 거주국의 공존과 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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