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치가 자기네꺼라더니”… 이젠 만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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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4-22 11:20본문
“중국, 김치가 자기네꺼라더니”… 이젠 만두까지
CJ, 美서 ‘비비고 만두’ 산업디자인 특허 취득에 中 “황당” 반응
中 관영 환구시보 “자오쯔는 전통음식… 한국기업이 특허?” 거센 비판
CJ “특허는 디자인 보호일 뿐… 전통문화 전체에 대한 권리 주장 아냐”
전문가 “문화 아닌 상업적 권리… 중국 측 반응은 과민”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5.04.21 10:12
- 수정 2025.04.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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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비비고에서 생산중인 만두 이미지.[CJ 홈페이지]](https://cdn.dongponews.net/news/photo/202504/52418_204304_1145.jpg)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의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자, 중국에서 거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부 중국 언론과 네티즌은 “한국이 중국의 전통음식 자오쯔(餃子)의 모양까지 특허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고, 일각에서는 “문화도둑”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CJ제일제당이 취득한 특허는 ‘비비고 만두’의 고유한 주름 디자인과 그 생산 효율성에 대한 산업 디자인 특허에 해당한다. 문화 자체를 독점하거나 음식 전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문화 침해로 몰아가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두 특허는 황당”… 中 관영매체의 반발
이번 논란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가 지난 4월 16일 자사 공식 SNS 계정에 “어이없다! 한국 기업이 자오쯔 모양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촉발됐다.
'환구시보'는 게시글에서 CJ제일제당의 특허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이 회사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만두 사진 14장을 특허청에 제출했고,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라는 브랜드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오쯔는 중국인의 명절 음식이며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전통 식문화”라고 강조하며 CJ의 행보를 문제 삼았다.
이 같은 보도 이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이 또 문화를 훔쳤다”, “앞으로 중국 만두를 미국에서 팔려면 로열티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김치에 이어 만두까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CJ “디자인 특허일 뿐… 전통문화 전체 아냐”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해당 특허가 단지 제품 외형 디자인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특허는 ‘가는 두 줄의 줄무늬가 반복되는 형상’이라는 디자인 요소에 관한 것으로, 만두라는 음식 전체나 그 기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특허는 미국 특허청이 지난 8일 공식 승인한 것으로, 보호기간은 15년이다. 특허의 핵심은 만두를 대량 생산할 때 생기는 끝부분 깨짐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주름 구조다. 특히 이 구조는 대형 자동화 설비에 적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J제일제당은 2010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 만두를 ‘덤플링’ 대신 ‘만두(Mandu)’라는 한국어 명칭으로 마케팅했으며, 북미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는 현재 점유율 4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 제기한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만두를 판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과도한 반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지식재산권 전문가는 “디자인 특허는 특정한 외관을 보호하는 상업적 권리로, 문화 전체에 대한 소유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중국 전통 자오쯔와 CJ의 특허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으면 침해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디자인 특허를 문화 문제로 끌어올린 중국 측의 ‘문화 민족주의’ 성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중국은 김치가 중국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에서 유래했다며 기원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도 국제 표준화 기구(ISO)가 김치를 한국식 발효음식으로 명시하면서 사실상 논쟁은 종결됐지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김치=중국 음식”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만두 논란 역시, 음식 문화의 전통성을 내세워 한국을 ‘문화 도둑’으로 몰아가려는 과도한 프레임 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CJ제일제당은 “한국의 식문화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법적 보호는 필수적”이라며 “이번 특허도 그 일환일 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매번 과민하게 반응할수록 오히려 문화 영역에서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비비고 만두’의 미국 특허가 야기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외형 디자인 보호와 문화 정체성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브랜드 경쟁과 글로벌 식품 시장을 둘러싼 산업적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상업적 권리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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