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재영한인회 분규… 양비론으로는 해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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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3-28 10:01본문
조사 결과 바탕해 한쪽 손 들어줘야 ‘분규의 고리’ 끊을 수 있어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김영기) 총회에 갔다가, 재영한인회의 분규 얘기를 또다시 들었다. 유럽총연은 올해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총회와 제12회 차세대 웅변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영국 분규 얘기를 다시 들었다. 지난해 3월 지중해의 몰타에서 열린 총회에서 나온 얘기가 다시 반복됐다. 1년 내 분규상태를 지속한 재영한인회의 두 분규 당사자도 속이 검게 탔을 것이다.
재영한인회는 지난해 2월 36대 회장 선거를 치렀다. 첫 선거에서 황승하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다시 선거가 공지되고, 단독으로 입후보한 송영주 후보가 당선됐다. 먼저 당선한 황승하 회장 측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영한인회는 이후 두 회장 체제로 분규상태가 됐다. 누가 한인회장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고, 한인회는 양측으로 갈라졌다. 그런 사이에 영국 한인사회는 무관심과 체념이 만연됐다.
재영한인회의 분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년 가까이 분규가 반복돼왔다. 35대 김숙희 회장 때 가까스로 통합을 이루는가 했더니, 선거를 잘못 핸들링하는 바람에 또다시 분규상태로 빠지고 말았다.
분규가 일어나면 미국에서는 종종 현지 법원으로 들고 가서 판단을 받았다. 오랜 시간이 걸려 판결이 나올 때는 이미 임기가 끝나고 말지만, 법원에 판단을 의뢰하는 전통을 쌓아왔다.
영국에서도 법원을 찾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때 법원을 찾았다가 돈만 된통 쓰고도 뾰족한 해법을 얻지 못한 덕분에 법정으로 가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재판으로 가지 않았다. 이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시작한 분규가 1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김영기)도 이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최근 다시 발을 뺐다는 얘기를 부다페스트에서 들었다.
유럽총연은 처음 총연 윤리위원회에서 해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유럽 각국 한인회 주요 인사들을 윤리위원으로 위촉해 분규 당사자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자초지종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켠에서 윤리위원회가 왜 나서냐, 조정위원회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유럽총연은 다시 조정위원회를 가동했다고 한다.
조정위원회에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준 듯하다. 두 개의 선거 과정에 다 문제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한쪽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을 상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한다.
유럽총연의 판단은 두 선거의 당선자 중 누구를 유럽총연 회원으로 인정할 것이냐다. 유럽총연의 인정은 주영대사관이나, 재외동포청이 인정하는 것과는 격이 다르다. 하지만 유럽총연이 한쪽을 인정하면, 주영대사관이나 재외동포청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조정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 최종 결정은 상임이사회가 하도록 유럽총연 정관에 명시된 듯하다. 이 때문에 조정위 조사 결과는 상임이사회에 회부됐다고 한다.
하지만 상임이사회는 조정위의 조사와 판단에 비토했다. 조정위는 어렵사리 한쪽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상임이사회에서는 다시 양비론으로 돌아섰다. 둘 다 문제가 있으니 다시 날을 잡아 선거를 하는 것이 어떠냐, 두 회장이 향후 각기 2년씩 나눠서 한인회장을 맡으면 어떠냐는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 같은 양비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총연이 조정위원회를 왜 가동시켰는지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조정위든 상임이사회든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해야 한다.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해법이 된다. 아니면 손을 대지 않은 것만 못한 결론이 된다.
재선거가 쉽게 가능했으면, 분규 1년이 지나도록 하지 않고 있었을까? 2년씩 나눠서 회장을 한다는 것은 한인회의 위상에 먹칠하는 일이고 한인사회를 우롱하는 것이다. 누구든 분규만 일으키면 2년을 보장하는 방식이 될 것이니까.
분규를 방치하면, 또다시 두 사람의 회장이 들어서게 된다. 각기 임기가 끝나면 또 후임회장들을 선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정위의 조사도 성의있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상임이사회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분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머뭇거려서는 대사관이나 동포청의 전통적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유럽총연의 결단만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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