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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인 이주 103년, ‘망고김치’ 담가먹는 한인후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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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4-11-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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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인 이주 103년, ‘망고김치’ 담가먹는 한인후손들이 있다


내년 3월3월 한인회 출범 예정
정훈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 “현재 정관 마련 중”
1091명 한인후손들 끌어안는 게 숙제
美 경제제재로 배급 끊기고 대부분 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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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3일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인, 정훈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을 최근 서울에서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내년 3월3일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인, 정훈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을 최근 서울에서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전설적인 음악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과 혁명영웅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는 올해 2월에서야 우리와 수교가 맺어진, 오랜기간 보이지않는 장벽이 쳐진 ‘먼나라’였다. 하지만 이같은 쿠바 땅에 우리 한인이 이주해 뿌리를 내린지 무려 100년이 넘는다.

1905년 5월 제물포항을 떠난 한인 1033명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도착해 선인장 농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그중 300여명이 1921년 3월 쿠바로 들어간 것이 그 시초로, 지난 2021년 한인 이주 100주년을 맞았다.

그때 건너간 1세대는 모두 세상을 떠나고, 100세를 넘기는 등 2세대가 네 사람 생존해 있으며 현재 5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피가 섞인 쿠바 한인후손은 현재 1091명으로 3세대인 안토니오 김 함(81) 옹이 한인후손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외에 코트라 직원, 쿠바인과 결혼한 사람 등의 한국인이 30명 정도 된다. 우리 정부는 수도 아바나에 12월경 대사관을 오픈할 예정으로 준비중에 있다.

쿠바에 최초로 한인회가 만들어져, 내년 3월3일 설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최근 세계한인의 날 행사 참석 등을 겸해 한국을 찾은 정훈 쿠바 한인회 준비위원장(52)을 만나 진행상황과 더불어 현지 한인사회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주 역사에 비해 한인회가 늦게 생긴 감이 없지 않다.

- 2010년경 아바나서 한인회가 한차례 구성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현대 발전기를 쿠바에 납품한 에이전트인 김동우 암펠로스 회장이 한인후손회를 끌어안아 한인회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에 문제가 생겨 2012년 쿠바에서 철수하면서 활동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한인후손들과 한국과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자는 여론이 생기고, 또 쿠바와 밀접한 미주 쪽 한인회가 그같은 필요성에 동조하면서, 올해 5월 아바나 한 식당에서 14명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현재 정관을 마련중에 있으며 임원 구성 등을 거쳐 정식 창립총회는 내년 3월3일로 잡고 있다. 그 때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등지서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인회가 출범하면 중남미한인회총연합회 소속이 되며, 현재 아르헨티나 한인회장이 중남미총연 회장을 맡고 있다.

한인후손들도 한인회에 참여를 하나.

- 한인후손들을 우리가 껴안아야한다. 안토니오 한인후손회장은 공군 파일럿 출신의 강직하고 훌륭한 분으로, 제가 2011년 7월 처음 쿠바에 온 이래 부친처럼 여기고 있다.

가장 걱정인게 재원이다. 한인후손들은 카르데나스에 많은 숫자가 살고 있고, 마나티 지역에 좀 있다. 아시다시피 쿠바는 사회주의 경제다 보니 배급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데,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거의 파산직전이다보니 배급제가 작동이 안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기름과 전기도 끊겨 말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직업이 있는 한인후손들은 공무원을 하는 정도인데, 월급이 30달러 정도로 이마저도 화폐가치가 폭락해 실제로는 5~6달러 수준 밖에 안된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한달에 100~200달러씩 송금해 주는 돈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처참하다고 볼 수 있다.

한인후손들이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2세대도 한국말을 못한다. 안타까운게 얼굴 모습은 딱 한국인인데 사고 방식도 그렇고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그렇다. 그나마 민주평통이 만든 한글학교가 있긴 하나 한인후손들이 잘 안나온다. 이 한글학교를 세종학당으로 갈아타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학생들이 300명이 조금 안되는데 한인후손 자녀들은 몇 명 안되고 외국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후손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을 하게끔 유도를 해야지 안그러면 아예 끊겨버린다.

2011년에 처음 쿠바에 와서 아바나에서 차로 120Km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 있는 한인 집성촌엘 자주 갔다. 당시 깜짝 놀란게 고추를 재배해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더라. 그런데 배추가 없으니 그곳에서 제일 많이 나는 망고에 고춧가루를 버무려 김치를 만들고 있었다. 쇼크 였다.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 주최로 지난 8월10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광복절 79주년 경축행사에 쿠바 한인후손들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날 주최측은 한인후손회에 6500달러 상당의 의류와 한국음식 재료를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쿠바에 정착하게 된 배경은.

- 2004년부터 3년간 코트라 직원으로 스페인에서 근무해 서반아어가 가능했다. 그러다가 2011년 7월 아바나무역관에 파견돼 쿠바에 처음 들어갔다가 2017년 본사로 복귀한 뒤 2년뒤 퇴직을 하고 다시 돌아갔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그곳의 인간관계가 좋았다.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스몰토크가 가능한, 제가 어릴 때 옆집을 오가고 주변 사람들과 정을 주고받던 그런 인간관계가 그리워 돌아갔다. 이후 식품을 위주로 무역과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쿠바는 자본주의 아주 초기 단계라 수입해서 팔 수 있는게 사실상 식품 밖에 없다. 음료수와 냉동닭을 수입해 유통하다가 최근에 K-마트 1호점을 오픈했다. 한국식품과 함께 저렴한 현지 식품들을 도매로 들여와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쿠바에는 한국식품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한국과 비즈니스가 ‘제로’다 보니 한국식당도 없다.

이번에 수교를 계기로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나.

- 물론 관심들은 생겨나고 있다. 중요한 거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있다보니 한국에서 물건을 수출해도 대금을 받을 길이 없다. 그래서 현지에선 보통 제3국을 통해 삼각 무역을 한다. 스페인, 캐나다, 베트남 등지 쿠바랑 뱅킹시스템이 연결된 나라들을 통한다. 한국상품이 들어간 것은 2009년경 현대중공업이 발전기를 600여대 수출해 당시 크게 보도가 된 적이 있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들어와 아주 인기를 끌고 있는데 딜러는 스페인 사람과 이탈리아인이다. 한국차가 많이 나갈때는 점유율이 40%까지 올랐는데 다른 차들이 들어와 지금은 30% 정도 될 걸로 예상한다.

쿠바에서 민간 비즈니스가 어느정도 허용이 되고 있나.

- 3년전부터 민간 기업체를 허용했다. 그 전에는 전부 국영이고, 구멍가게 정도를 빼곤 민간기업체가 전무했다. 불과 3년전에야 민간 업체들이 식품이든 차든 수입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쿠바 입장에선 그게 굉장한 혁명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거기는 경제가 두 개로 나뉘어 외국인화폐와 내국인화폐가 있었다. 그런데 2021년 화폐개혁을 통해 외국인화폐가 없어지고 통합이 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물가상승에 재정고갈 등 거시경제 자체가 운용이 안된다. 거의 혼수상태로 정부가 돈이 없어 외국 업체들에 돈을 못갚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간 우리 정부가 한인후손들에게 관심을 가졌나.

- 쿠바에 대사관이 없다보니 멕시코대사관이 가끔 방문하는 정도이고, 외교부 산하 단체에서 후손들을 간간이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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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한인회 준비위원회는 한인후손회와 함께 지난 9월17일 아바나 한국문화센터에서 추석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때 100여년전 먼 쿠바로 건너간 한인의 후손들이, 어떤 이는 현지인에 더 가까운 얼굴로 알록달록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한민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즐거움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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