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 빈에서 ‘한국인의 심장’을 뛰게 한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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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4-11-12 09:46본문
10월의 어느 멋진 날, 빈에서 ‘한국인의 심장’을 뛰게 한 그는...
K-컬쳐 파워 보여준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박종범 회장 ‘통 큰 리더십’으로 난공불락
유럽시장 뚫어..중기제품 2400억 수출계약
중기인들, ‘자신감’ 얻은 역대 최고의 흥행
20년 키운 차세대 존재감 없어 ‘옥의 티’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4.11.10 20:16
- 수정 2024.11.11 11:23
- 댓글 0
10월의 어느 멋진 날, 유럽의 중심 오스트리아 빈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몰려든 한인 3000여명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장이었다. 10월 28일부터 10월31일까지 오스트리아센터비엔나에서 개최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및 ‘비엔나엑스포(29일~30일)’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최초로 유럽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기우로 판가름 났다. 국내 중소기업인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유럽시장도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넘지 못할 산은 없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런 배경에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40여년 간 비즈니스로 단련된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의 통 큰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 회장도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밤잠을 적지 않게 설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월드옥타가 20여년간 공들여 키운 차세대들의 존재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1900년대 초 만국평화회의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려고 했으나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럽을 떠돌던 이준 열사의 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은 지난해 11월1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기존의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이외에 월드옥타 최초로 ‘비엔나엑스포(한국상품박람회)’를 오스트리아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그간 수십여 차례 국내외에서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상품박람회는 상황이 다르다. 빈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로 비즈니스맨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또한 유럽은 대다수 국가가 중소기업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 강국’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오스트리아도 중소기업 비중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게 유럽시장이 그만큼 험하고 멀다는 이야기다. 박종범 회장이 한국상품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회장이 믿을 구석이라곤 자신의 두 발과 최근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힘’이 유일했다. 고민 끝에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의 도시에 ‘한국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맞대응 전략을 구사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그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를 전격 앞세웠다. 지난 10월31일 빈 뮤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개최된 체코 브르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특히 조수미 씨의 앵콜송 ‘그리운 금강산’은 한국인의 심장을 울리게 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기록될 정도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의 가이드를 맡은 A씨는 세계 각지에서 빈으로 들어오는 월드옥타 회원 및 행사 참가들에게 “조수미 씨의 공연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만큼 값진 공연이 될 것이다”며 “조수미 씨의 나이가 60대 초반인 만큼, 앞으로 무대에 오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개막식 등 주요 행사에는 태권도를 비롯해 사물놀이, 태평무 등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부터 발레, 팝페라 등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프로그램이 곳곳에 배치됐다. 행사기간 동안 무려 20여개가 넘는 문화공연팀이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평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박 회장은 청년작가들의 유럽진출은 물론 월드옥타 회원들에게 그림 작품 하나 소장할 수 있도록 K-Painting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모두 135점을 전시, 완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유럽 각국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을 들어 박 회장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인기 배우 박진희 씨를 무대에 세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게 했다. ESG경영은 기업인들에게 보편적 가치이자 의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박진희 씨는 특별강연을 통해 “지구가 주는 편의를 누리고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지구를 힘들게 만든 인간으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과 생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범 회장에게 두 번째 고민은 바로 현지의 고물가에 따른 고비용 문제였다. 숙박비 등 체재비가 한국의 2배가량이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그만큼 이번 행사가 불투명했다. 행사를 축소하라는 주위의 권고도 무시했다. 박 회장은 우선 현지 유럽한인회총연합회를 비롯해 유럽한인경제인단체총연합회 및 대사관‧코트라 등 유관기관 등을 총동원해 원팀을 꾸렸다. 그는 두바이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정숙천 월드옥타 부회장에게 행사총괄을 맡긴 뒤 오스트리아와 한국 양국을 오가며 틈이 날 때마다 기업인들과 기관장을 만나러 다녔다. 특히 유럽 20여국가의 대사들을 직접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절차도 세심하게 챙겼다.
정숙천 부회장은 “빈에 들어와 박 회장 사무실에 TF팀을 꾸린 뒤 2개월간 현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행사를 준비해 왔다”며 “틈이 날 때마다 박 회장을 수행해서 한국에 들어가 지방자치단체장 및 중소기업단체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트라 본부장은 “유럽지역 22개 국가에 근무하고 있는 무역관들을 총동원, 200여 개사의 현지 바이어들을 발굴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시켰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 행사 개최 1개월을 앞두고 당초 목표인 400여개의 부스를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원욱 전 의원은 “박종범 회장의 인적 파워가 이런 정도인지 몰랐다”며 “세계 각국의 대사관을 찾아다닐 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마 개인적으로 수억원의 비용이 지출됐을 것이라고 추론하기도 했다.
10월28일(현지시간) 오전 8시경 오스트리아 센터 비엔나 행사장. 공식 개막행사 9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직접 현장을 돌며 각종 시설물을 비롯해 관객들의 동선까지 점검하고 있었다. 정숙천 부회장을 비롯해 최분도‧천주환‧최귀선 부회장 등도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메인무대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1500석 규모의 돔 형태로 구성된 비엔나센터 메인홀은 우선 무대 정면의 가로 30m*세로 20m 규모의 LED영상과 이의 절반 정도 규모로 보이는 무대 좌우 영상을 통해 공연자들의 눈빛까지 감지될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양국 대통령 영상 축사 등 화려한 인맥 돋보여
박종범 회장은 전 세계를 무대로 40여년간 비즈니스를 했다. 연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대표적인 한상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양국에 있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업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런 곡절 속에서도 “유럽에 한국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심겠다”며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혼신을 다했다. 이를 위해 그간 유럽은 물론 정부부처 및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이런 발품은 윤석열 대통령과 반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각각 영상축사를 보내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영국에서의 불가피한 일정으로 영상 기조강연을 했다.
중소기업인들의 행사에 양국 대통령이 축사하는 장면은 흔한 장면이 아니다.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은 행사장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고 조수미 콘서트장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국내 정치인 가운데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조정식 의원, 김성원 국회세계한인경제포럼 대표 등 전·현직 국회의원 15명 가량이 참가했다. 안경률‧김정훈‧이원욱 전 의원은 월드옥타를 반석 위에 올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들로 먼 길을 찾아와 박 회장을 격려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신우철 완도군수, 박범인 금산군수 등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중소기업제품 전시장을 방문하는 등 월드옥타의 ‘세일 세일 세일 옥타’의 구호에 동참했다.
‘2024 KOREA BUSINESS EXPO VIENNA’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월드옥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한국상품박람회는 기존 트레이드 쇼와 수출상담회를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각각 마련된 전시장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제품 부스 400여개가 마련됐다.
1층 전시장 정면으로 들어서자 K-BIZ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20여개의 중소기업제품을 선보인 부스가 나타났다.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센터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창업한 로만손 시계와 제이에스티나 주얼리 제품의 부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농협유통 전시장이 눈길을 끌었다. 진종문 농협무역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차 이번 행사에 부스를 마련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시한 대형 TV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온 월드옥타 회원은 “해외에서 대규모로 치러지는 중소기업박람회에 국내 대기업이 참가하는 것 자체가 한상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동서화합 공동전시관’을 열기도 했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바이어 3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2400여억원의 수출계약(213건)을 성사시켰다. 특히 K뷰티와 K푸드, K메디컬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라면 등 즉석식품 조리기기를 생산하는 인천 소재 범일산업의 ‘하우스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총 1500만달러(한화 약 200여억원)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외에도 식품조리기를 생산하는 크리쉐프는 800만 달러(약 110억원), 테일러 팜은 500만 달러, 화장품 유통업체인 트레이딩 랩은 300만 달러 등 K-중기의 유럽진출에 탄력이 붙고 있다. 박종범 회장의 당초 구상대로 이번 행사를 통해 ‘실용’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한편 이번 행사를 마친 뒤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의 리더십이 화제에 올랐다. 시니어 회원인 B씨는 단체 카톡방에 "월드옥타 역사 43년만에 유럽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및 한국상품전시회에 참가한 뒤 진심으로 월드옥타에 대한 긍지를 느꼈다"며 "1억7000만 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박종범 회장의 열정과 겸손의 리더십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는 소회를 남겼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를 위해 고군분투한 박종범 회장에게 격려와 칭찬릴레이를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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