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종범의 ‘한민족 글로벌 진출사’ ② ... 최초의 미국유학생, 유길준과 개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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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10-29 09:47본문
[기고] 문종범의 ‘한민족 글로벌 진출사’ ② ... 최초의 미국유학생, 유길준과 개화의 꿈
경영학박사, 전 건국대 교수, 베트남 K-Food 사장
- 재외동포신문 기자
- 입력 2024.10.28 14:47
- 댓글 0
필자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10여 년간 한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IT기업에서 싱가포르,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고, 한국 딸기 품종을 미국으로 가져가 최초로 미국농림부에 종자보호권을 등록하며 4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딸기 농사를 지었다. 2024년 10월부터 1만여 한국업체가 진출해 있는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현대판 노마드(Nomad, 유목민)로 세계를 다니며 직접 접하고 느낀 한민족 글로벌 진출 이야기를 재외동포신문에 연재한다.
“야! 너도 유학 가니?”
30여 년 전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친구가 선물한 책의 제목이다. 1990년대 초 한국은 미국 유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홍정욱 전 국회의원이 하버드대학교를 우등 졸업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미국 유학과 조기유학의 열기가 더해졌다. 실제로 그가 쓴 '7막7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필자가 유학을 간 곳은 미국의 교육도시이며, 명문대학교들이 많이 있는 메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미국 독립전쟁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으로 교과서에서 배운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영국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으로 이 지역은 뉴잉글랜드라고 불린다.
우리 역사상 최초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 한국인도 이 곳 보스턴에서 공부를 했다. 그는 바로 조선말기의 개화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유길준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해외유학의 역사는 그보다 더 이전인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는 골품제가 있던 시대였기에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사람들이 출세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당(唐)나라로 유학을 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당나라 유학파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우리가 국사책에서 배워 친숙한 최치원이 있다. 6두품이었던 그는 12살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6년 만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과거시험인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고려시대에는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로 유학을 갔는데, 그 중에는 왕의 명을 받고 유교 제도와 문물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간 경우도 있었다. 그 후 조선 전기에는 명(明)나라로 유학을 갔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은 조선의 에디슨이라고 할 수 있는 장영실이다. 그는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천문·기술을 배우기 위해 12번 유학을 갔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 말기 한국인 최초의 미국 유학생인 유길준은 미국 유학에 앞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1881년 4월 ‘조선 조사 일본 시찰단(약칭 조사시찰단)’의 수행원 자격으로 떠나 일본 게이오 기주쿠(현 게이오 대학)에서 개화사상을 공부했다. 하지만 임오군란이 발생해 1883년 조선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1년 반이라는 짧은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유길준에게 생각보다 빨리 조선 밖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일본 유학에서 절감했던 ‘서양을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883년 조선 정부는 서방 세계인 미국에 처음으로 사절단 보빙사(報聘使)를 파견했다. 유길준은 보빙사의 수행원 자격으로 미국으로 가는 길에 동참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수행원은 명분이었을 뿐 본래의 목적을 유학이었다.
1883년 7월부터 10월까지 보빙사의 일원으로 일정을 마친 유길준은 홀로 유학을 위해 보스턴 동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세일럼(Salem)에 도착했다. 그의 나이 29세로 한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 된 것이다.
메사추세츠주의 세일럼은 우리가 국어 교과서에서 공부한 '큰 바위 얼굴‘과 ’주홍글씨‘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고향으로 유학시절 호손의 소설 ’일곱박공의 집‘ 배경인 ’The House of the Seven Gables'를 방문한 적이 있는 추억의 도시이다.
세일럼에는 피바디 에섹스라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 있는데, 당시 유길준은 자신이 벗어버린 한복 두루마기와 보빙사 일행이 가져왔던 물건 등을 기증했고, 그의 이름을 딴 전시관 '유길준관'이 2003년 설치됐다.
유길준은 1884년 9월 9일 ‘Yu Kil Chun"이라는 영문명으로 거버너 덤머 아카데미(Governor Dummer Academy, 현재 The Governor's Academy)에서 정식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하버드 대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1884년 12월 갑신정변 이후 학비조달이 중지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고종으로부터 귀국하라는 친서가 도착하는 바람에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2003년4월 19일 거버너스 아카데미에서는 유길준의 명예 졸업장 수여식이 열렸다.
필자는 유학 시절인 1994년 한국 신문에 연재된 ‘유길준과 개화의 꿈’을 읽었다. 100년도 더 이전에 같은 땅에서 세계화를 겪으며 개화의 꿈을 키웠던 유길준의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조선으로 귀국했어야 했지만, 그의 개화의 꿈은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는 K-컬처로 꽃 피우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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