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⑪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RS그룹 ‘이호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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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4-09-20 09:22본문
[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⑪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RS그룹 ‘이호덕’ 회장
‘이타자리(利他自利)’정신이 성공의 나침판
‘한상’, ‘화상’의 상술에 비해 1세대 뒤져
‘비즈니스’는 어린시절 밥상머리 교육에서
‘규제개혁’ 통해 한상자본 유치 물꼬 터야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4.09.19 19:08
- 수정 2024.09.19 19:16
- 댓글 0
그는 분명, 연매출 1500억원을 올리는 성공한 CEO다. 단순한 매출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면면을 보면 사업성공을 넘어 노후도 탄탄해 보인다. 먼저 인도네시아(이하 인니)와 캄보디아에 자신이 소유한 수백만평의 대지에, “저 푸른 초원위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임과 한 백년 살고 싶다”는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한국인의 혼(魂)을 담아 한국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CEO들의 가장 고민거리인 ‘후계구도’ 역시 아무런 잡음 없이 일찍 마무리했다. 큰 아들은 아버지가 창업한 의료기기 회사를 물려받아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에게 ‘합격점’을 내주었다. 그 아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말로 화답한다. 리조트 개발에서부터 의료기기 제조‧유통 및 자원개발 사업 등을 통해 연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로얄수마트라(RS)그룹 이호덕 회장과 그의 아들 이주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연말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2회 한상·모국기업인 상생 파트너십’ 행사 때 이 회장을 만난 인연으로 지난 8월19일 인니 자카르타에서 1시간가량 다시 만났다. 이 회장을 만나기 전 그에 대해 자료 조사를 했으나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의외’였다. 그가 유일하게 인터뷰를 한 사례가 있다.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생면부지의 전직 신문기자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부의 지도를 넓힌 사람들>이라는 단행본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에 출간된 이 단행본에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CEO 12명의 성공스토리가 담겨 있다.
“훌륭한 사업가는 상대방에게 유익을 안겨주는 사람입니다. 힘을 바탕으로 하는 갑을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가 사업거래의 기본이지요.”
전남 화순 출신인 이 회장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시험에 응시했다가 두 번이나 낙방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선후배 모임에 나갔다가 “향후 동남아 시장이 열릴 것”이란 말을 듣고 지체 없이 한국외국어대 마인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를 지원했다. 이게 인연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입사 3개월만인 1975년 그는 인니 칼리만탄으로 날아갔다. 어디를 가나 ‘텃새’는 존재하는 법. 한국에서 파견된 관리자와 현지 근로자 사이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회장은 마인어를 앞세워 소통에 주력했다. 현지인들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존중하고 매사에 솔선수범했다. 입사 4년 만에 칼리만탄 현장소장에 이어 인니 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배경이다. 이렇듯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그런 그가 1981년 무작정 사표를 내고 자카르타를 대표하는 새벽시장으로 달려갔다. 시장에는 한 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여기서 만난 화교의 도움으로 양말 500켤레를 납품하면서 첫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1982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연매출 50만 달러이상을 올리는 등 부족함이 없었다. 1985년에는 인니 정부가 발주하는 공작기계 입찰에서 3000만달러 규모를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런 공로로 한국 정부에서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앞날은 거침없이 보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에게 동업자인 화교가 거액의 회삿돈을 훔쳐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교만’했다는 그의 짧은 대답이다. 그러나 그는 1년 만에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한다. 인니 현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 이후 고급한식점 및 현지인과 합작한 식품회사, 한국인과 함께 봉제공장을 설립‧운영하다가 하루아침에 과감하게 포기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부동산개발을 통한 종합레저타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2004년 12월 한국인이 운영하던 ‘로얄수마트라 택지개발사업’을 인수한데 이어 2006년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에 합작법인(SNMD)을 설립했다. 260만㎡ 규모의 로얄수마트라 대단지에는 골프장과 고급주택, 아파트, 상가, 호텔, 리조트, 학교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캄보디아에 건설 중인 종합레저타운 면적도 160만㎡에 이른다. 현재 컨벤션센터는 완공되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어 주택이나 레저사업은 조심스럽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에서 거둬들인 매출액만도 연간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 회장은 현지 한인교회 장로이자 한인기아대책기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대 총동문회장(해외) 등 그가 가진 봉사 직책만도 손가락으로 셀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도네시아 병원건설 현장에 봉사활동을 나갔다. 한국의 교회에서 짓는 병원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이 회장에게 병원관련 설비 주문 부탁이 들어오면서 또 다른 업(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1998년 ‘메디슨 자야리야’라는 의료기기 회사를 창업한 배경이다. 그의 사업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이타자리(利他自利)’정신이다. 젊은 시절, “화교들과 어울리면서 잃은 것 보다 얻은 것도 많다”며“상대에게 이익을 먼저 안겨주는 데서 이타자리 정신이 그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우쳤다고 그는 회고했다. 현재 이 회사는 큰 아들인 이주환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한국과 일본, 호주, 유럽 등지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해 현지에 내다팔고 있다. 수백여개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지만 위내시경과 악세사리, 복강경 수술 장비가 대표 상품이다. 최근에는 침대를 비롯해 각종 수술 장비, 랩실에 들어가는 장비 및 기구를 생산하는 공장까지 설립했다. 이 회사가 거래하고 있는 인니 병원만도 500여개에 이른다. 아울러 이 대표는 2015년 탑스코인도네시아 코일센터를 인수해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코일을 절단, 가공해 현지에 유통시키고 있다. 다음은 이호덕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니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서 화상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이들에게 배울 점은 뭔가.
- 인니에서 화교 인구는 4%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인니 100대 부자 중 80%가량이 화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도 비슷할 겁니다. 화상(華商)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꽌시’라는 네트워크 속에 ‘이너서클’을 만듭니다. 이너서클 가입의 조건이 바로 ‘신용’입니다. 그들은 절대 사업을 혼자 하지 않아요.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 일을 도모하는 거죠.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도 십시일반으로 함께하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힘도 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 한 분야에서 성공한 화상들은 다른 화상에게 투자를 하고, 투자를 받은 화상이 성공하면 또 다른 화교에게 투자를 하는 선순환시스템 구축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화상들은 ‘이너서클’에 가입하기 위해 안달이죠. 우리는 어떤가요.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결국은 둘다 망하는 겁니다. 이재(理財)에서는 한상(韓商)이 화상(華商)에게 1세대(30년)는 뒤졌을 겁니다.
▲특이한 점은 화상이 한국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 화상의 선조들은 당·청 시기, 정치적 혼란을 틈타 주로 산동성 쪽 사람들이 대거 동남아를 비롯해 한국까지 밀려 왔어요. 이들이 한국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있을 즈음, 박정희 정권이 들어섰어요. 박정희 정권은 이들에게 식당 규모를 제한하고 화폐개혁까지 단행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즉 화교들에게는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환전도 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화교정책 때문에 한국의 화교들은 미국이나 대만으로 떠났지요. 만약 박정희 정권 당시 이런 정책이 없었다면 한국경제 역시, 화교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됐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합니다.
▲한상이 화상에게 1세대가 뒤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국의 자녀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자녀 앞에서 절대 사업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화상은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모으는 방법을 자녀들과 함께 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아요. 그들은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장사가 몸에 배게 가르치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와 힘, 돈을 가지고 즐기는 방법까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이재(理財)’라는 것은 몸에서 배서 거기서 판단력이 나오는 겁니다.
지난번 코로나19 당시 인니에서 각급 학교가 문을 닫자 한국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이나 운동 등을 하면서 보냈지만, 화교 자녀들은 이때 온라인으로 장사를 했습니다. 장사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이론을 배우고 영업을 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녀교육이 중요합니다. 여행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시켜야 꿈도 생기는 것 아닙니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거든요.
▲구체적으로 한국교육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 한국의 한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어요. 호텔방을 청소하는 분의 행동이 조금 달리 보였는데, 뒤에 알고 보니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돈을 벌어 아이들의 과외비를 마련한다는 거에요. 뭔가 한참 잘못된 거지요. 이렇듯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이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경쟁을 유발시키고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이런 시스템이 인성을 저해하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힘들게 교육을 받고 나니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이분법적’사고가 생기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추천을 받아 ‘SKY’를 졸업한 여학생을 인니 현장 직원으로 고용한 적이 있어요. 그 학생은 시키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손을 대지 않아요. 옆에 있는 직원들이 뭘 하는지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회사발전을 위한 토론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조적인 자세는 아예 없었어요. 그 학생의 잘못이라기보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들이 집안 청소를 해봤겠어요? 아니면 집안 어른에게 물 한 컵 떠다 드려 봤겠어요? 결국 2년 만에 그만 두게 했습니다. 수년전 하버드대를 비롯해 예일대, 옥스퍼드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수석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연구발표에서도 ‘포용력과 인내력’을 가진 학생들이 지도자가 되고 CEO가 된다고 했어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왜 이스라엘의 유대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민족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겠습니까? 바로 유대교육의 ‘경전’이라고 불리는 ‘토라’ 때문입니다.
▲한국교육에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도 큰 문제인 것 같다.
- 제가 골프장을 운영하다보니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프로골퍼’가 되는 게 꿈이라며 골프 훈련을 시켜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특명을 내려 3개월 훈련시켰는데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난감했지만 1년을 버틴 후 서울에서 그 지인을 만나 “왜 아들을 고생시키는 거냐”고 충고를 했더니, 지인이 “아들이 좋아하지 않느냐”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거하고 잘하는 거하고는 다르지 않느냐”며 “프로골퍼는 어려우니 미국의 골프경영 대학을 보내라”고 제안을 했죠. 현재 그 아들은 미국에서 골프경영자로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프로골퍼는 아들의 꿈이 아니라, 아버지의 꿈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지인의 아들을 만나 사정을 들어봤는데 미국에서 우연히 타이거우즈와 라운딩을 했는데, 타이거 우즈의 티샷을 직접 보고 쇼크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때 아들이 프로골퍼를 포기한 것인데 아버지의 지나친 과욕이 수년간 아들을 힘들게 하고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것입니다.
▲한국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많을 듯하다.
- 우선 한국정부는 차세대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에 사는 한 젊은 CEO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 분은 매 분기마다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젊은 청년 25명을 맨하탄으로 초대를 합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등 2주일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장 좋은 호텔에서 가장 좋은 음식으로 대접을 하지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이 분이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그만큼 차세대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세대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 ‘실력’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흩어져 있는 한상들도 나름대로 차세대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차세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장학사업이든 사회사업이든 한국의 각종 규제와 재외동포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장애물입니다.
거액은 말할 것도 없고 100만달러, 200만달러만 모국에 가지고 들어가도 국세청에서 ‘출처’부터 따집니다. 누가 이런 일을 당하려고 하겠습니다. 설령 이중과세 협정이 체결됐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해야합니다. 중국의 경우, 화상자본을 유치하는데 따른 걸림돌을 제거해줍니다. 이런 화상자본이 G2국가로 성장한 배경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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