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외교부에 공관장 임명 매뉴얼 있나?… 한국 행정 난맥상 노출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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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4-03-12 12:26본문
주호주대사로 3월 4일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8일 호주로 부임할 예정이었으나, 법무부의 출국금지조치 논란으로 출국을 연기했다.
이종섭 대사는 당초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시드니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도 이미 받았다.
그는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 중이었다.
그는 당시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 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회수·재검토한 것이 부당하다는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 대사는 출국 예정 전날인 7일 공수처에서 4시간가량 약식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대사에 대해 지난 1월 출국금지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호주대사관은 7일 “호주는 호·한 관계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종섭 주호한국대사와의 협력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국내 매체가 소개하기도 했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8일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했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심의위원회 논의 결과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해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돼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프닝이 언론매체를 통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외교부에 대사나 공관장 임명 매뉴얼이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사는 나라를 대표해 나간다. 나가서 한국의 국익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주재국에 우리 정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임무를 가지며, 우리나라 원수와 그 권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대사직을 임명하면서, 출국금지조치 중인지 아닌지도 체크되지 않아서는 정말 곤란하다. 주재국인 호주 정부도 한국을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출국금지조치 중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그레망을 신청하는 것도 주재국 정부에 대한 결례다.
더 문제는 호주에서 대사직을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다. 출국금지조치로 부임이 미뤄진 사실이 호주에서도 알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권위’로 나가는 사람한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고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출국금지조치도 마찬가지다. 조사를 미루고 시간만 끌면서 조치를 해제하지 않는 것도 후진적이다.
이런 해프닝 속에서 나간 이 대사가 대한민국의 권위를 들고, 국익을 위해 멋있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혹시 호주언론이 이 대사를 상대로 질문하면 우리가 안고 있는 치부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군인을 안전장비 없이 물속으로 내몰고, 이를 두고 상관을 수사하고, 그에 관여한 국방장관까지 공수처에서 조사를 질질 끈 사실까지 밝혀지게 된다. 나아가 수사 중인 이 전 장관을 대통령이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부임 때가 되어서야 출국금지조치가 있는 사실이 밝혀져 출국하지 않는 소동이 일고, 또 법무부가 바로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것도 알려질 수밖에 없다.
외교부에 대사나 외교관 임명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 같은 해프닝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국익외교 일선에 나서는 대사한테 이런 흙탕물을 뒤집어씌운 것은 우리의 후진적인 시스템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외교부는 공관장 임명 매뉴얼을 한번 제대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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