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한권으로 보는 세계한인이민사’ 책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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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3-11-29 10:21본문
- 혹시 한인이민사를 정리한 책이 비치돼 있나요?
“아니요.”
- 판매하는 책도 없고요?
“예”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 안내 데스크에서 이뤄진 문답이다. 인천에서 열린 재외한인학회와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공동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기회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았을 때였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3년 미주이민 100주년을 맞아 해외로 이민 간 한인들의 개척정신과 그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인천광역시에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천은 대한제국 첫 공식 이민자들이 출발한 곳이다. 근대 우리 이민의 역사는 1860년대 러시아 이민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당시는 공식 이민이 아니었다. 가난한 나라를 떠나서 빈 땅을 찾아 연해주로 건너간 것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 간도라고 불린 연변지역으로의 이민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첫 공식이민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2년에 이뤄졌다. 그해 12월 22일 하와이 이민자 1진이 인천 제물포항에서 일본선박 겐카이마루호에 올랐다. 이들은 12월 25일 일본 나가사키항에 도착해 신체검사를 받고, 이를 통과한 102명이 미국 선박 갤릭호에 승선해 하와이로 향했다. 하와이 도착은 1903년 1월 13일이었다. 이후 1905년 4월까지 하와이로 7,400명이 이민을 떠났다.
1905년에는 멕시코 이민도 시작됐다. 그해 4월 한인 1천여 명이 제물포항에서 영국 상선 일포드호를 타고 40일이 넘는 항해 끝에 멕시코에 도착했다. 이들은 멕시코의 애네켄 선인장 재배 농장에서 힘든 삶을 시작했다. 이들 중 288명은 1921년 쿠바로 이주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유럽으로의 이민은 1919년 열린 파리 강화회의가 계기였다. 상해 임시정부가 독립을 호소하기 위해 파견한 인사들의 주파리위원부를 만들고 활동하자, 노르웨이 인근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일하던 한인 35명이 집단적으로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들은 당시 중국여권을 들고 있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첫 공식이민은 1962년 브라질 이민이었다. 그해 12월 18일 브라질 이민단 1진 103명이 부산항을 떠나 브라질로 향했다. 1962년 3월 해외이주법 제정 이후 첫 공식이민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폈다. 농업인구가 부족했던 브라질은 이민으로 농토를 개간하려 했다. 이렇게 해서 1966년까지 4차례 더 이민단이 파견됐다.
이 같은 우리 이민의 역사는 지역별로 정리가 잘된 곳도 적지 않다. 미주한인사회에서는 미주이민 100주년을 맞아 2002년 11월 ‘미주한인이민 100년사’를 발간했다. 이 책은 하와이와 미 서부지역은 상세하게 잘 정리돼 있으나 미 동부지역 이민사는 누락된 부분이 많아 아쉽다.
유럽 각국 한인이민사를 다룬 ‘유럽한인 100년사’도 발간됐다.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재외동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발간했다. 2020년 5월 발행했다.
하지만 우리 근현대 이민사 전체를 제대로 조망한 책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나라별로 나온 데도 있으나, 아직 나오지 않은데도 많다. 해외한인사회의 숙제다.
월드코리안신문은 재외동포청 시대를 맞아 세계한인이민사를 개략하는 책을 만들려고 한다. 월드코리안신문에서는 ‘대사건과 일지로 본 한미관계 200년사’(2022년),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40년사’(2023년), ‘한인 라스팔마스 진출 50주년 기념 우리들의 50년’(2016년), ‘아프리카중동에서 금맥을 찾는 코리안’(2015년) 등 다양한 책들을 내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한인이민사 정리에 도전해보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이뤄내는 데는 각지 한인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발행된 각 지역의 한인사 자료들을 모으고, 또 정리돼 있지 않은 지역들은 한인사회의 도움 아래 정리해보려고 한다. 세계 한인사회 제현들의 지도편달과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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